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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카카오 ‘AI 시계’…미래 전략 어디쯤 왔나


입력 2024.04.21 06:00 수정 2024.04.21 06:00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AI 중심 조직 개편…브레인 합병 논의

카카오톡에 AI 적용해 수익성 강화 계획

모델 공개 지연…구체적 로드맵 부재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연합뉴스

카카오는 올해 대표 교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과거 AI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인재들도 여럿 영입했다. AI를 필두로 수익성 극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모호하다.


카카오는 지난 17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월드 IT쇼’에 부스를 꾸리고 본사와 계열사의 AI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헬스케어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톡에 선보인 ‘대화 요약하기’와 ‘말투 변경하기’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에 생성형 AI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AI를 통한 이용자 경험 개선이 광고나 커머스 등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AI 사업에 대한 카카오 공동체 의지는 꾸준히 이어진 투자에서 엿볼 수 있다. 카카오는 2018년 200억원, 2021년 400억원, 2022년 400억원 등 카카오브레인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광고 시장 부진으로 실적 보릿고개를 지나면서도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00억원 자금 수혈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는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 ‘코GPT 2.0(가칭)’ 막바지 단계였던 만큼 투자 규모가 훨씬 컸다.


전날엔 카카오브레인에 360억원의 운영자금을 또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브레인의 자본총액(279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본사 내 AI 전담 조직과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뿐이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사업 전략은 부재하다.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던 코GPT2.0은 공동체 사법 리스크와 서비스 고도화를 이유로 출시가 계속 밀렸다. 코GPT 2.0 개발을 완료했고, 내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고 하나 외부에 알려진 사안은 전무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AI전략최고위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코GPT 2.0) 모델을 공개할지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미 출시된) AI 모델이 많기 때문에 카카오는 서비스 중심의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유리한 토대를 갖추고 있다"며 "카카오톡 외에도 카카오페이나 맵 등 여러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더욱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카카오의 AI 전략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사업 모델 모색 외에도 자금력이나 기술 경쟁력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기울인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주춤하는 사이 네이버를 비롯해 자체 LLM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파트너사를 물색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네이버는 삼성전자, 인텔 등 유수의 기업들과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협력 논의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미래 사업 전략이 불투명해지면서 증권가 목표 주가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교보증권, NH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상상인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가 10곳에서 목표 주가를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 광고 업황 지연과 함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주된 원인이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같은 카카오의 성장 모델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라며 "새로운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이 선임된 만큼 단기 실적뿐만 아니라 신규 성장 사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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