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내달 14일까지 공개매수 진행
주가 관리 어려움·투자금 회수 목적도
코리아 밸류업 압박…사례 더 늘어날 수도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주주로 있는 상장사들이 속속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 지속적인 주가 관리와 엄격한 공시 의무 등 각종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내달 14일까지 락앤락 보통주 1314만112주(지분율 30.33%)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현재 락앤락 지분 69.64%를 보유 중으로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상장사가 발행주식을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는 총주식 수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작년과 올해 사모펀드들이 주도한 상장폐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한앤컴퍼니는 국내 1위 시멘트업체 쌍용C&E의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쌍용C&E 자사주를 포함해 지분 79.9%를 가지고 있던 한앤컴퍼니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약 93%까지 끌어올렸으며 현재 추가 장내 매수를 통해 96.32%의 지분을 확보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업의 경우 상장된 것만으로도 각종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장 규정이나 공시의무 등을 지키는 등 주주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사의 경우 실적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지만 상장사는 증시에 영향을 받는 주가로 평가받다 보니 사모펀드 입장에서 이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도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가에 따라 기업가치가 등락하면 회사 지분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일으킨 사모펀드의사업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상장사 한샘과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인수 이후 하락하자 이와 관련해 지분 추가 매수와 실적 개선책 등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경기침체로 투자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루트로닉을 상장 폐지한 같은 해 12월, 지난 3월 두 차례 유상감자를 통해 3800억원을 회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등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상장사 포트폴리오들을 상장폐지 시키고자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모펀드 지분율이 높아 공개매수가 용이하고 실적 대비 주가가 부진한 곳들에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의 케이카·한온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소수의 비공개 기관투자자(LP)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입장으로서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 정보를 공개하기가 꺼려지기 마련”이라며 “상장폐지를 통해 기업 정보 공개 의무에서 벗어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코리아 밸류업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주환원 요구가 더 높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