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부터 장난감 가격까지 줄줄이 상승세
가정의 달→ 부담의 달로 기억하는 이들 늘어
가정의 달 5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은 설렘보다 부담만 몆배 늘었다. 외식과 선물 값이 갈수록 오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주요 식품‧외식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향후 가격 안정세 여부도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업계는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5월 1일 근로자의날부터 15일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정부는 내수 소비 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외식업체들은 오히려 이 기간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많아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
내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특정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놀거리'가 부족해 국내 관광을 즐기는 이들은 적다는 설명이다. 관광지도 몰리는 곳에만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지역 곳곳의 영세 식당들까지 ‘황금연휴’ 덕을 보지는 못한다.
3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최대 7%대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냉면으로 7.2% 올라 한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을 기록했다.
외식이 잦은 5월에 맞춰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외식업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맥도날드는 5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린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도 지난 15일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배달-매장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배달 메뉴를 시키면 가격이 더 비싼 곳도 생기고 있다. 일례로 패스트푸드 업체인 파파이스는 지난 15일 치킨, 샌드위치,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림과 동시에 배달 메뉴에는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약 5% 높은 가격을 차등 적용했다.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케이크 가격도 지난해보다 더 비싸졌다. 베이커리 업체들과 특급호텔들은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호텔의 경우 지난해 대비 올해 60%나 가격을 올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케이크의 재료가 되는 밀가루나 우유, 설탕값이 많이 오른데다 인건비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며 “특히 호텔 케이크의 경우 우수한 맛과 재료에 상상력과 메시지를 더하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전반적인 가격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5월 황금연휴에 외식을 하기도, 나들이를 가기에도 부담이 커졌다. 직장인 A씨(30대)는 “물가가 너무 올라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을 맞아 선물을 하거나 외식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며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부담의 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날 아이들 장난감만 하나씩 사줘도 부담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명 로봇시리즈 장난감 한 상자 가격이 10만원 넘고,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든 캠핑카 장난감은 할인을 해도 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외식을 포함한 물가상승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물가 불안을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수두룩하다.
3분기 전기·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 원가가 오르고, 이는 외식 물가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5월 가정의 달을 부담의 달로 마주하는 이들이 많다. 챙겨야 할 기념일은 많은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크게 늘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앞두고 치솟는 외식물가에 가족모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외식비 비싼데 가족모임 어떻게 하나요?’ 같은 질문이 최근 자주 올라오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고물가 속 수요 잡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간편식 할인은 물론 ‘어린이날 문구 장난감 페스티벌’ 행사와 같은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하면서 고물가로 얼어붙은 지갑을 녹이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서민들 부담이 크다 보니 올해도 5월 특수가 사라질까 걱정이 크다”며 “특히 요즘에는 간편식이 워낙 잘 나오다 보니 특별히 외식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커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물가가 굉장히 올랐는데, 올해도 전년 대비 또 오르고 있어서 선물비 용돈 외식비, 외출비, 여기에 레크레이션 비용 등 가정의 달 지출이 굉장히 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