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공론조사 결과 놓고 대립각
“미래세대 부담” vs “국민의 뜻”
KDI, 신·구연금 분리 제안 눈길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개혁의 가닥이 잡힌 가운데 미래세대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4일 정부·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연금개혁 공론화 숙의토론회 결과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했다.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을 선호한 것이다.
소득보장안은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5%’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함께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소득보장안이 선택된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연금개혁의 당초 목표인 재정안정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당초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개혁을 논의한 것인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3%인데 비해 우리 국민연금은 관대한 제도 설계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제도설계로는 2041년에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만약 지금의 소득대체율 40%를 담보하려면 보험료로 소득의 19.8%를 내야 한다. 지금의 보험료율은 소득대체율에 비해 거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안정을 주장하는 연금연구회도 소득보장안을 두고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득보장안은) 이미 많은 것을 누려온 기득권 세대의 지갑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으로 한층 더 두툼하게 챙겨주자는 결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제출된 개혁안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개혁안이라면 그냥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떠한가”라고 말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즉시 소득보장안으로 연금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숙의토론회 결과가 국민의 뜻”이라며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고 지금 국민의 뜻에 부합한 연금개혁을 미루지 말고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을 신(新)·구(舊)연금으로 분리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연구개발원(KDI)은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구연금’과 미래세대를 위한 ‘신연금’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신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만큼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러한 연금개혁안들이 현 21대 국회에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29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어렵사리 도출된 개혁안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안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적연금 재구조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연금개혁을 논의할 때는 목표지향적이고 원칙 중심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념적으로 대립하기보다는 연금제도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계층 간, 세대 간 이해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 기구 내 논의 주체들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이해관계 대립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