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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 필리핀서 탈옥…붙잡혀도 국내 송환 어려울 듯


입력 2024.05.13 04:05 수정 2024.05.13 09:1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필리핀 경찰 및 법무부, 총책 박모씨 집중 추적…'적색수배' 여전히 유지

경찰, 강제송환 2년째 지지부진…필리핀서 형 받아 송환 지연되는 점 노려

탈옥으로 현지서 징역형 선고받을 가능성 높아져…국내송환 더 여러울 듯

필리핀에 도피사범 500명에 달해…외교적 노력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 나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 ⓒ경찰청

'김미영 팀장'으로 불리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54)씨가 필리핀 교도소를 탈출해 현지 당국과 한국 정부가 추적 중인 가운데, 현지 법 적용을 고려하면 박씨가 다시 붙잡히더라도 국내 송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탈옥 행위로 현지 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만큼 현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 및 법무부 이민국과 협력해 박씨를 집중 추적 중이다. 박씨는 검거 이전부터 발령됐던 적색수배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본거지와 생활 반경을 고려할 때 아직 필리핀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밀항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 법무부 이민국까지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검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 수감됐던 박씨는 현지시각으로 이달 1일에서 2일 새벽 사이 측근인 신모(41)씨와 함께 탈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불법고용과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돼 현지에서 재판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이감된 상태였다.


필리핀 교정당국은 2일 인원 점검 때에야 박씨 일당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도주 및 범행 수법은 필리핀 당국이 조사 중이다.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탈옥 가능성을 경고하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당부했으나 수포가 되었다. 이와 함께 박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서 국내 송환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씨는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의 창시자 격으로 여겨진다. 지난 2012년부터 김미영 팀장 명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렸다.


여러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박씨는 여전히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있다. 다른 조직원들이 2013년 대거 검거·구속된 뒤에도 박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지난 2021년 10월에서야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다각도로 박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했으나 2년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인신매매는 허위로 만들어낸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탈옥까지 더해 현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사범들 사이에 만연해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현재 필리핀 도피사범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끈질긴 추적 끝에 도피사범을 검거해놓고 데려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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