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수받지 못하는 시상식…언젠가는, 누군가는 멈춰야죠” [곪아가는, K-팝 시상식③]


입력 2024.05.22 07:28 수정 2024.05.22 07:2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 인터뷰

대중음악 시상식의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면서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직접 운영하던 시상식 써클차트뮤직어워즈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고, 무분별하게 개최되는 시상식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총대를 멨다”고 표현했다. 대다수가 공감하면서도 그간 공론화시키지 못했던 말을 협회에서 꺼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표현이다.


ⓒ유튜브 '오케이팝!!' 갈무리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케이팝(K-POP) 시상식은 현재 시상식으로서의 권위를 사실상 상실했고 명분과 취지도 없다.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의미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너무 많다 보면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그런 고민을 했고 팬덤과 아티스트, 소속사 등 업계 관계자 누구에게도 박수받지 못하는 시상식은 언젠가는,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이 지적하는 ‘시상식의 범람’은 단순히 ‘양적’ 문제는 아니다. 하다못해 1년에 100개, 1000개의 시상식이 열리더라도 그 시상식이 어떠한 개최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려면 각각의 시상식이 갖는 ‘권위’도 중요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시상식이 자리 잡는다면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운영 면을 봤을 때 진정성보다 상술, 수익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지금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미국의 그래미어워즈만 봐도 그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 역시 매번 논란이 많잖아요. 그렇지만 그래미어워즈를 비롯해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 등은 그것들만의 기준과 철학을 가지고 오랜 기간 유지해 오고 있죠. 그러면서 쌓인 관록이나 권위가 있고요. 단순히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돈이 된다’ 싶으면 차별화 없이 똑같이 따라서 만들어 내는 그런 시상식과는 차별되죠. 팬들이 국내 시상식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실제로 시상식에선 그가 말하는 ‘권위’의 차이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미어워즈와 같은 경우 ‘잔치’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유색인종의 음악을 차별하는 것으로 유명한 보수적 시상식이라는 인상이 짙긴 하지만, 시상식만 놓고 보면 수상자들을 축하하고 있는 그대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난 2017년에는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아델이 트로피를 반으로 부러뜨려 비욘세에게 나눠준 것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해외의 시상식을 보면 산업의 ‘잔치’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시상식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상을 받는 주체인 아티스트는 쉬지 못하고 무대를 준비하고, 빠르게 또 다음 일정을 위해 공연장을 빠져나가요. 팬덤도 소속사도 각자 아티스트 무대만 보고 빠져나가기 바쁘고요. 축제라고 보긴 힘든 상황이죠. 뿐만 아니라 장르적으로도 아이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나머지 장르의 가수들은 아예 끼지도 못해요. 산업 전반의 특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화라고 봅니다. ‘시상’보다는 ‘무대’에 집중이 되어 있는 시상식, 심지어 이제 질적으로 하락한 시상식 무대 영상을 대체할 영상은 인터넷에 넘쳐나고요.”


최 사무총장은 “무대를 위해 하루, 이틀 밤샘 작업해서 안무를 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는 “계약 관계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며 “원인 재공자를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주최사와 매니지먼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하거나, 서면 계약조차 체결하지 않은 채 시상식에 출연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토록 한 매니지먼트사에 책임이 전가되고, 매니지먼트사는 법률적 리스크와 아티스트와 분쟁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그래서 협회가 나서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같이 고민해보자는 거고요.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물론 협회는 정부나 사법기관처럼 공권력이라든지 정치적인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저 화두를 던지는 것 뿐이죠. 해결책까지 마련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협회의 권한이나 영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시상식 관련 출연계약서를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연구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협회는 이에 대한 첫걸음으로 지난 9일 ‘음악산업 발전을 위한 음악 시상식 개선 협의체’ 출범식 개최했다. 이날 협의체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를 필두로 엔터테인먼트사, 음악 시상식 개최사, 산업 및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사실 처음에 이런 성명을 낸다고 할 때 욕을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었다는 거죠. 시상식을 개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 주최사들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시상식의 콘셉트나 철학이 그게 아니라 섭외가 된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가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