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도
홀로 43.7% 차지…전년比 13%P↑
출혈 경쟁 탓 고객 불만 '자승자박'
국내 손해보험사 상품에서 불거진 불완전판매 중 절반 가까이는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해 맺어진 계약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 전반의 불완전판매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GA에서만큼은 눈에 띄게 불어나면서 소비자 분쟁의 온상이 되는 모습이다.
한 곳에서 여러 경쟁사의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GA가 이른바 보험 백화점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 이면의 출혈 경쟁이 고객 불만을 낳으면서 자승자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업계의 불완전판매 사례 가운데 기타 법인대리점에서 체결된 계약이 차지한 비중은 43.7%로 전년 대비 12.9%포인트(p) 높아졌다. 손보협회의 판매 채널 분류 상 기타 법인대리점은 통상 GA로 불리는 대면 모집 법인대리점을 가리킨다.
이같은 GA 상품에서의 불완전판매는 다른 어떤 판매 채널보다 많은 수준이다. 손보업계의 불완전판매 가운데 전속 설계사와 텔레마케팅(TM)을 통한 계약에서 발생한 비중이 각각 26.3%와 20.2%로 높은 편이었지만, GA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판매 채널들의 관련 비율은 ▲온라인 4.1% ▲개인 대리점 4.0% ▲방카슈랑스 1.2% ▲홈쇼핑 0.4% 등으로 모두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더욱 문제는 손보업계의 불완전판매가 대체로 축소되고 있는 와중에도, GA에서는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간 손보업계 전체의 불완전판매 건수는 3454건으로 5.4% 줄었다. 하지만 이중 GA 채널 계약에서의 불완전판매은 1510건으로 34.0%나 늘었다.
GA의 판매량만 늘면서 불완전판매가 불어나 보이는 것도 아니다. GA를 통해 맺어진 신계약이 817만5826건으로 20.8% 증가하긴 했지만, 다른 주요 채널인 전속 설계사 역시 507만5785건으로 17.3% 늘었다. TM도 182만2169건으로, 온라인은 152만190건으로 각각 26.8%와 5.6%씩 신계약 실적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GA가 영업 현장에서 갖는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손보사들이가 유치한 신계약 가운데 GA를 통한 비중은 지난해 45.0%로 1년 전보다 1.1%p 더 높아졌다. 전속 설계사(27.9%)나 TM(10.0%) 등 다른 어떤 판매처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GA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이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대리점으로, 보험 시장의 주력 판매 창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좀처럼 끊이지 않는 고객 불만은 GA업계가 아직도 떼 내지 못하고 있는 꼬리표다. GA들 사이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영업 과정에서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 방법이나 위험,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를 중심으로 한 영업 구조는 이제 큰 틀에서 뒤엎을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업계가 제대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더 이상 시장 자율에 맡기기 보다는 보다 강력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