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한민국보다 못사는 나라보다 잘사는 나라를 손에 꼽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이제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력과 교육 수준, 대중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시대를 보내고 있다.
청년 세대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기성세대들은 이 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시켰다는데 일조했다는 긍지를 가지고 산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조세제도다.
작년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에서 '2023년 조세경쟁력지수(International Tax Competitiveness Index 2023)’ 책자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한국의 조세 경쟁력 지수(ITCI) 순위는 2014년 14위에서 2022년 23위로 9년 새 아홉 단계나 뒷걸음질했다. 특히 재산세는 24위에서 32위로 법인세는 13위에서 26위로 강등됐다.
각국의 조세 경쟁력 지수는 ‘조세 경쟁력’과 ‘조세 중립성’을 중심으로 한 40가지 이상 정책 변수로 평가된다. 조세 경쟁력은 세율이 높을수록, 조세 중립성은 세법 체계가 복잡할수록 나쁜 평가를 받는다.
발표 당시 택스 파운데이션은 경쟁력과 중립성을 갖춘 조세 제도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투자를 촉진하지만, 잘못 구성된다면 국내 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분야에서 회원제 골프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조세평등주의 원칙에서 홀로 벗어나 있어 고통 받고 있다. 골프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1970년대에는 골프장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중과세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었지만 전국체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대중화한 스포츠에 대한 중과세 적용은 시대적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 부담을 지우고 있는데, 골프장에 취득세와 재산세의 중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밖에도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에 따른 그린피 인상으로 골퍼들의 불만이 커지는 등 회원제 골프장의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골프의 양적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지금 골프장 이용자들이 골프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인지 또는 비회원제(대중형) 골프장인지가 아니라 골프장의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지, 골프 코스 및 서비스 등이 어떤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회원제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작년 말 대표적인 자유주의 논객 복거일 작가와 담소를 나누면서 들었던 말 한마디를 소개하자면, 그는 “과거 핸드폰은 엄청난 사치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필수품이 되었죠. 골프도 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멀리 바라보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의 사치품은 다음 세대의 필수품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국회와 정부는 이 점을 깊게 새기면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는 골프가 진정한 대중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중과세가 당연한 사치의 공간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선진국다운 선진적인 조세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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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hufs8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