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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금개혁 기습'에 與 수비 급급… "정략적 의도" 비판 속 이견도


입력 2024.05.28 00:40 수정 2024.05.28 00:4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국민의힘 "연금·구조개혁 동시에 해야"…野 제안 거부

"개혁 실패 면피 등 노림수" "대국민 펀드 사기" 비판도

당 일각선 "모수개혁이라도 해야" "안하는 것보다 낫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원내대표, 황 비대위원장, 정점식 정책위의장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21대 국회 임기 내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 사안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을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하면서, 모수개혁만이라도 먼저 하자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은 곱지 않다. 통상 국민연금 개혁은 정부·여당의 성과로 기록되는 만큼, 제1야당의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엔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27일 회동해 28일 열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특히 이 대표의 제안으로 21대 국회 막바지 최대 쟁점이 된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 여부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만이라도 이번 임기 내에서 처리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만 할 경우 구조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22대 국회로 사안을 넘겨 연금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금과 관련해 서로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했고, 22대 국회가 곧 시작되니까 그때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속도감 있게 잘 진행해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큰 2개의 축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한번 결정하면 적어도 20~30년 지속돼야 하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모수개혁만으로 일단락 짓고 다시 구조개혁을 한다면 모순과 충돌이 생기고 세대 간 갈등 등 우려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연금개혁의 시급성에 공감하면서도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의심되서다. 추 원내대표가 전날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개혁이 1분 1초를 다퉈야 하는 긴급 사안이라면 왜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느냐"고 지적한 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연금개혁 제안을 '뜬금포'라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부담을 쌓자는 계산 △거대 야당이 왜곡해서 밀어붙였던 연금개혁 실패에 대한 면피 △특검·탄핵만 남발하는 이재명 민주당의 이미지 제고 등 세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해석했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민주당의 연금개혁 졸속 처리는 국민을 상대로 펀드 사기를 벌이는 것"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5년 내내 허송세월하다 이제 와서 번갯불에 콩 볶듯이 처리하려는 것은 정략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같은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정략적 의도가 분명히 있다"며 "'채상병 특검법'만 본회의에 올리면 그러니까 이걸(연금개혁안) 같이 올려서 마치 국정에 큰 의미를 둔 것인 양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당내에서도 야당의 모수개혁 선(先)처리 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서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이 대표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양보해서 일단 첫 걸음으로서 모수개혁에 합의를 해주는 게 맞다", 신지호 전 의원은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자 민주당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구조개혁을 핑계로 연금개혁을 한사코 미루자고 고집한다"며 "다시 미루면 무슨 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한다고 1년이 갈 것이고 그럼 지방선거이고 그 다음에 대선인데 실제로 할 수 있겠느냐. 안 하자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양보로 의견이 일치된 모수개혁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며 "모수개혁 처리조차 거부하면서 무작정 다음 국회에 논의하자는 것은 자칫 결국 말로만 하고 연금개혁을 하지말잔 소리와 같은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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