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예심청구 접수 1건 그쳐…4·5월 7건으로 늘어
고금리·절차 지연에도 수요예측 선방에 기대감
바이오 기업공개(IPO)가 고금리발 투자 한파와 파두 사태에 따른 ‘바늘구멍’ 상장 심사로 침체된 가운데 IPO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 기관 수요 예측에서 선방하는 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르는 만큼 하반기 IPO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5월 바이오 업체들이 코스닥 신규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건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을 제외하고 7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넥셀과 제일약품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 내시경용 시술기구 업체 파인메딕스 등 3곳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를 본격화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쓰리빌리언(인공지능 기반 유전성 희귀질환 진단)·다원메닥스(암 치료용 의료기기)·토모큐브(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셀비온(방사성 의약품 개발) 등 4곳이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한 뒤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상장 예심 신청서를 접수한 바이오 업체가 온코크로스(인공지능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1곳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상장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는 셈이다.
고성장산업인 바이오산업은 지난 2년여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술 수출과 IPO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기술특례 상장의 신뢰도를 낮춘 파두 사태로 상장 심사까지 지연되면서 바이오기업의 IPO 침체가 더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매출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기술특례 상장)은 재무 등 수익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더라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상장할 수 있도록 열어둔 제도다. 올해 상장 예심을 청구한 바이오 기업들도 모두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인 파두가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뒤 상장 전 예상실적과 실제 실적간 괴리가 커 ‘부실 상장’ 논란을 빚으면서 바이오사의 상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며 통상 2~3개월 걸리던 예심 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해 10월 말에 상장 예심을 청구한 후 약 6개월 만인 이달에, 이엔셀은 지난해 7월 예심을 신청한 뒤 9개월이 흐른 지난달에야 각각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장 심사 승인이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업계의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바이오 업체들의 IPO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앞서 상장한 기업들이 꾸준히 성과를 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 증시에 입성한 오상헬스케어와 아이엠비디엑스, 디앤디파마텍 등 바이오사 3곳 모두 희망 가격 범위의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를 확정하는 등 선방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이달 코스닥에 상장한 신약개발 기업 디앤디파마텍은 363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개별 업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업종 전반에 훈풍을 불어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그 시기와 속도는 예측이 어렵다”며 “데이터 및 결과에 근거한 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시장에서 과소평가된 상승 동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