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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1조4천억...‘매각·주가부양·합병’ 모두 쉽지 않은 선택


입력 2024.06.07 07:00 수정 2024.06.07 09:0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2심서 천문학적 재산 분할액 선고...SK 지분 팔면 경영권 영향

실트론 지분 매도시 ‘양도소득세’ 부담·주식담보 대출도 한계

향후 분쟁 감안 '자사주 활용' 주목...당장 사업 재편도 어려워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 방안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주목하면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면서 재산 분할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기는 했으나 2심 판결대로라면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SK그룹이 어떤 묘안을 짜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1심(재산분할 665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당초 주식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조항을 넣지 않은 관계로 모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과 연 5%의 재산분할 지연이자도 부담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에 경영권을 빼앗길 뻔 했던 ‘소버린 사태’의 경험을 바탕으로 SK 지분을 많이 매각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선 비상장사인 SK실트론 매각과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을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간접 보유하고 있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투자자가 손익을 취하고 자금을 댄 금융사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분 매도 금액이 모두 최 회장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인 데다 SK 주식을 담보로 SK실트론 지분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매각 과정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양도소득세 부담도 적지 않고 급매로 내놓으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취득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분할 용도로 처분하면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SK 주식 담보 대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4월 기준으로 SK 주식 가운데 57.8%에 해당하는 749만9030주에 대해 금융권으로부터 질권(담보권) 설정을 포함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상태로 추가 담보 대출에는 한계가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최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주주가치 제고를 강화, SK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 주식은 최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5월30일~6월5일) 5거래일간 13.34%(14만4700원→16만4000원) 올랐다.


주가는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 동안 치솟으면서 이달 3일 장중 19만2900원을 찍기도 했다. 이후 최근 2거래일간 조정을 받으며 5일 종가 16만4000원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관련 이슈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SK 및 계열사들의 배당을 확대하고 SK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가 부양에 나서는 방식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 SK는 발행주식의 25%에 육박하는 지분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고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시에는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도 생긴다. SK는 매년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주환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향후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려면 자사주 물량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세력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나 경영권 방어 무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4일 SK 측에 공개서한을 보내 “자사주는 회사 현금이 들어간 것이므로 제3자 처분 등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모든 주주를 위해 소각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K와 SK스퀘어와 합병 추진 가능성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배당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으려면 두 회사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재편이 당장 추진되거나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배당은 SK-SK스퀘어간 합병 이후에나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SK와 SK C&C가 합병하고 SKT가 인적 분할한 후 SK와 SK스퀘어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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