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73)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지만 그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은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출구조사 예측과 달리 ‘압승’에 실패하면서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6주간 실시돼 지난 1일 끝난 인도 총선에서 집권 BJP가 주도하는 여당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은 전체 543개 지역구에서 294석을 얻었다고 인도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밝혔다. 개표 직전 출구조사에서 NDA가 353~401석을 확보해 압승을 예상했던 모디 총리로선 초라한 성적표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의 부진 탓이 컸다. BJP는 24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모디 돌풍'을 일으키며 압승을 거머쥐었던 2014년(282석)과 2019년(303석)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이끄는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232석을 얻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INC는 단독으로 99석을 확보하며 BJP의 견제 세력으로 떠올랐다. 52석을 얻는 데 그쳤던 2019년 총선에 비해 47석을 더 확보했다. AFP통신은 “BJP가 휩쓸었던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NDA가 과반 의석(272석)을 넘어섬에 따라 모디 총리는 3연임을 확정했다.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에 이어 인도 역사상 두번째 '3연임'이다. 인도에선 총선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추대해 차기 정부를 꾸린다. 모디 총리는 "NDA가 집권 3기를 열게 됐다"며 "이것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모디 총리가 앞세운 '힌두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반감, 경제성장에도 극심해진 빈부격차 등이 민심을 등 돌리게 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모디 총리는 전체 인구의 80%인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 배제에 속도를 내왔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정책)'를 앞세워 연간 7% 안팎의 고도 성장을 이끌면서도 고질적인 빈부격차를 해결하지 못해 중도 표심까지 '반(反)모디'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률에도 국민 대부분은 무료 식량배급을 받을 정도로 가난하다"며 "경제성장이 대중의 삶에 녹아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JP가 단독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모디 총리는 NDA 소속 다른 당과 연립정부를 꾸려야 하는 처지다. 과반 의석을 위해선 최소 33석이 필요하다. BJP로선 뼈아픈 현실이다.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선 소규모 정당들에 정책 결정뿐 아니라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일부 권한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2014년 모디 집권 전까지 연립정부로 25년(1989~2014년)간 운영돼 왔다. INC와 BJP, 소규모 제3당의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교대로 인도를 통치하는 방식이었다. 정권을 잡은 모디 총리는 이같은 전통을 깨고 BJP 1당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는 권력 공유에 아예 관심이 없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다만 모디의 장기 집권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권위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힌두 민족주의의 영향력 역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모디는 (다른 정당들과)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그럼에도 실망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화하고 양극화하는 종교적 수사를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