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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31주년' 두 얼굴... 美서 영업 뛰는 이재용· 파업하는 노조


입력 2024.06.07 09:30 수정 2024.06.07 10:08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삼성전자 '전삼노', 징검다리 연휴 낀 7일 '연차 파업' 돌입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 선언 31주년, '최초 파업'

이재용 회장은, 2주 美 출장길 올라 글로벌 영업 보폭 확장

"파업 장기화되면, 반도체 차질 및 브랜드 이미지 실추" 우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데일리안DB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을 맞은 7일, 삼성전자 노조가 첫 파업에 돌입한다. 이는 창사 55년 이래 최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둔화된 반도체 업황을 뚫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미국 장기 출장길에 올랐다. 글로벌 보폭 확장에 노사가 협업해야할 시기 노조 파업이 회사 미래 경영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7일 재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이날 연차 파업에 나선다. 전 조합원들에게 단체 연차를 쓰도록 하는 방식의 하루 파업 형식이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의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의 약 23% 정도다. 삼성 내 최대 규모 노조이자 처음으로 상급 단체에 가입한 노조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정한 임금인상률에 대한 불만 탓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15조원 적자를 딛고 정한 5.1% 임금인상률을 거부하고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 끝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파업이 발생한 바 없다.


전삼노 측은 "1호 파업 지침으로 전국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를 맡고 있는 사업부인 DS 부문 소속이다. 이에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7일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휴일이라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다만 이번 파업 선언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이날이 이건희 선대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주문이 담긴 '신경영 31주년'인 탓이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가 된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질을 위해선 양을 희생시켜도 좋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2024년은 이같은 신경영 방침을 이어 받은 이재용 회장이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시기다. 올해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로 단행된 배경이기도 하다.

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CEO와 기념촬영하는 모습.ⓒ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현재 2주간의 미국 장기 출장길에 오른 상태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포함해 주요 IT·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모바일을 포함한 삼성 미래 사업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이재용 회장의 미팅은 30여건이 예정돼있다.


7일이 현충일과 맞물린 샌드위치 휴일 개념이라 당장 생산 차질 우려는 낮으나, 향후 노조의 총파업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잦아질 경우 삼성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파업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삼노 측의 이번 파업은 아직까지는 다소 소극적인 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샌드위치 휴일의 경우 많은 직장인들이 연차를 내기에, 실제로 그 파업에 동참한 정확한 인원은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 한 관계자는 "당초 전삼노 측이 연차 파업일을 지정할 때 이러한 착시 효과를 당연히 감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노노 갈등'에도 휩싸인 상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이하 초노조) 관계자는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에 전삼노가 지난 2020년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비노조원인 일반 직원의 사내 계정 정보를 도용해 조합원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원이 늘어날수록 노조 집행부에게 '근로면제시간'을 확대 제공하고 있다. 전삼노 측이 의도적으로 이를 노렸다는 취지다.


또한 초노조 측은 "전삼노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2022년부터 결탁해왔다"라고도 폭로했다. 특히 지난 5일 민노총이 전삼노의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밝히면서 의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전삼노는 공식적으로 한국노총 소속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전삼노가 민노총과 결탁해 정치 세력화하고 있다며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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