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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계속 줄어드는데…누적되는 강달러 '충격파'


입력 2024.06.08 06:00 수정 2024.06.08 10:36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3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야

원화 달러 환율 이미지. ⓒ연합뉴스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강달러 기조에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4000억 달러 대에 근접했는데, 이는 최근 4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 안전판으로 불리는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두고 당국은 문제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28억3000만 달러로 전월 말(4132억6000만 달러)보다 4억3000만 달러 줄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말 4201억5000만달러에서 5개월 만에 73억2000만 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이는 2020년 6월 4107억5000만 달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이나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대외지급준비자산이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외화 비상금으로, 소위 ‘경제 안전판’이라고도 불린다. 한국과 같은 비(非) 기축통화국에서는 외환보유액이 국가의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은 ▲1월 4157억6000만 달러 ▲2월 4157억3000만 달러로 감소한 후 ▲3월 4192억5000만 달러로 증가 전환했다. 그러나 4월에 4132억6000만 달러로 다시 감소 전환했다. 한 달 사이에 59억9000만 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증가했지만, 외화 예수금이 감소한 데다 환율 변동성 완화 목적으로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과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3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하는 외환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외환 보유액에서 달러를 조달하고 나중에 만기가 되면 한은에 다시 달러로 갚는 형식이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외환시장 불안정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자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한다는 의미다. 다만 계약기간 동안 외환보유액은 줄지만, 만기 시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영구적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말 1346.8원으로 연초 대비 57.4원 올랐다. 그러다 4월 16일에는 장중 1400.15원까지 급등하며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이 발생한 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은은 외환보유액은 안심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4월 외환보유액이 감소 전환한 것과 관련해 “현재 외환보유액이 국내총생산, GDP의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7.5%를 상회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데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세계 9위 규모다. 한은은 수 차례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조해 왔다. 과거 외환위기·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적정성 지표가 양호하고 국내경제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4000억 달러대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점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은 22% 수준이다. 중국·대만·싱가포르(비중 60~100%)와 격차가 크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한국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를 97%로 분석했다. 권고 적정 기준(100~150%)을 밑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이 권고한 한국 적정 외환보유액은 9200억 달러”라며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며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리스크도 있는 만큼 조금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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