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회장 "해진공과 재매각 논의 아직"
'6차례 고배' KDB생명 역시 "아픈 손가락"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업 매각이 시계제로 상황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앞서 매각이 무산된 후 아직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KDB생명 역시 해법은 감감무소식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과 관련해 "(하림그룹과의) 매각 결렬 이후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재매각을) 논의하거나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여섯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에 대해서도 "아픈 손가락"으로 짚으며 가치 제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2월 하림그룹을 대상으로 HMM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종 협상에서 결렬됐다. HMM은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한 지분 57.9%에 대한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산은 등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놓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로는 경영권에 대한 이견 차가 지목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 주식 이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영구채(1조6800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물량이 오는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은 32.8%로 늘어난다. 반면 하림 지분은 57.9%에서 38.9%로 줄어든다. 하림그룹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회장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영구채는 주식과 똑같이 취급된다"며 "M&A를 할 때 영구채 밸류에이션을 주식의 밸류와 같이 쳐서 계산을 하고 지분을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MM은 구조조정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당행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의무는 없다"며 "규정상으로도 조속히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행이 HMM 주식과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의사와 아무런 상관없이 재무제표가 조 단위로 변동하고 있다"며 "은행 재무제표에 이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것이 KDB 탑 매니지먼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KDB가 은행인 만큼, HMM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 회장은 "HMM 매각과 관련해 해운업의 측면이 있고, 정부의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 사항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재매각이 추진된다면 산은의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 정책, 기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 고려해서 합의된 안을 가지고 매각에 임해야 하는데, 시기가 몇 달 내로 올 것 같지는 않은 만큼, 당장 매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DB생명 매각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올해 초 MBK파트너스와 KDB생명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생명보험 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 회장은 "KDB생명은 아픈 손가락 중에 정말로 아픈 손가락"이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제약 사항은 내년 2월 관련 펀드가 만기가 된다"며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KDB생명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그것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