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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대답을 고민할 차례 [D:쇼트 시네마(80)]


입력 2024.06.14 11:34 수정 2024.06.14 11:3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민규(곽민규 분)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홍콩으로 무작정을 여행을 떠난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해 한숨 돌리려는 순간 벨이 울린다. 집 주인이 같은 날 예약을 받아버리는 바람에 민규와 시은(김시은 분)은 난감한 상황을 맞이한다.


민규는 자신이 숙소를 나가겠다고 말하며 계획 없이 홍콩에 왔으니 하루만 시은을 따라다니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민규와 시은은 동행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는 시은은 꽤나 홍콩의 랜드마크와 먹거리를 알고 있었다. 낯설었던 두 남녀는 데이트 인듯 데이트 아닌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숙소에 돌아와 마지막으로 술 한잔을 기울이던 시은은 민규에게 "주성치를 닮았다"고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고, 민규는 "나는 양조위를 닮았다"고 주장한다. 전 여자친구에게 양조위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민규의 최근 이별담이 오고간다. 민규는 헤어진 이유를 아직 몰라 여전히 힘들고, 시은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러면서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여자친구가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알것 같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다음날 민규는 숙소에서 나와 이쇼롱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헤어밴드도 하나 사 머리에 두른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셀카 한 장을 남긴다.


강동완 감독은 부정하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마음. 낯선 곳, 낯선 이와의 만남을 통해서 타인이 보는 나와 자신이 보는 나’사이의 딜레마를 그렸다. 그리고 이 딜레마가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함께 고찰해 보고 싶은 기획의도를 담았다.


영화는 민규가 양조위 주연 '화양연화'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전 여자친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체성에 꽤 이입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 셀카를 찍는 모습에서는 민규가 꽤나 주성치를 닮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주성치 역시 하루란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낸 시은이 바라본 시선으로, 민규가 스스로 깨달은 정체성이 아니다. 이 점이 '주성치를 좋아하세요'의 해학이다.


로그라인만 보면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만난 남녀의 설레는 감정을 담은 것 같지만, '주성치를 좋아하세요'는 민규의 자아찾기 성장담이다. 러닝타임 21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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