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3조 이상 증가
5%대 초반 '금리 경쟁력'
하나, 가산금리 가장 낮아
우량 차주 중심 대출 공급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각각 3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다른 주요 경쟁사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성장세를 자랑했다. 두 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중소기업 대출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고객의 신용 위험을 반영하는 가산금리가 신한은행보다 훨씬 낮게 산정됐다는 점에서 대출의 안정성까지 챙긴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우량 중소기업 대출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금리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34조136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4689억원(1.8%) 증가했다.
이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33조5562억원으로 3조6169억원(2.8%) 늘어나며 4대 은행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이 136조130억원으로 3조1200억원(2.3%) 늘어나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반면 우리은행(126조9670억원·1.4%)과 국민은행(137조6000억원·0.7%)은 1조원대 증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올 1분기에만 이들 은행보다 최대 3배가량 높은 성장을 보인 셈이다.
이처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수요를 대거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엔 남다른 금리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이 지난 2~4월 새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48%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신한은행(5.17%)과 하나은행(5.29%)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은행(5.69%)과 우리은행(5.77%)은 그 이상으로 금리 메리트가 떨어졌다.
특히 하나은행은 신한은행보다 가산금리를 낮게 책정해왔는데, 대출의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한다. 기준금리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를 적용한다. 가산금리에는 ▲은행의 업무원가 ▲고객의 신용 프리미엄 ▲자본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에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대출을 내줄 경우 신용 프리미엄이 높게 반영돼 가산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하나은행이 지난 2~4월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는 3.80%로 신한은행(4.77%)보다 1%포인트(p)가량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3월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가산금리(3.83%)보다도 0.03%p 낮아진 것이다. 하나은행의 가산금리가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 위주의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가산금리가 높은 만큼, 우대금리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우대금리에는 은행의 영업 상황을 감안하는 조정금리가 포함돼 있다. 여신 공급을 확대해야 할 때는 전략적으로 조정금리를 높이는 방식을 활용한다. 신한은행의 우대금리는 3.28%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대를 나타냈는데,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높임으로써 전체 대출금리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업의 자금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을 1.5~2%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일 때는 회사들도 금융 비용이 수익에 큰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2년 전부터 금리가 치솟기 시작하자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수익에 직결되는 문제가 되다 보니 계속해서 저렴한 이자를 찾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금융기관을 비교하게 되면서 은행 간의 금리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