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재무구조 개선 효과...비금융사 발행 ‘탄력’
부채비율 급증한 풀무원·JTBC·신세계건설 등 동참
개인 관심 속 물량 소화...업계 “무늬만 자본” 지적도
기업들이 자본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잇따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택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금 조달과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자금 마련 통로로 적극 활용되는 양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채비율 상승을 통제하면서 외부에서 빠르게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며 채권처럼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기업들이 외부에서 돈을 조달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수월하다. 이에 그간 주로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해왔다.
최근 비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활발해진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부채비율 관리가 시급한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전성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풀무원은 다음달 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300%대를 넘겼다.
자본잠식 상태인 JTBC도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54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부채비율을 낮췄다. JTBC의 작년 말 부채비율은 999%에 달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도 영구채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올해 1분기 말 기준 800%대였던 부채비율은 이번 발행으로 200% 미만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쌓이고 있는 SK온도 3000억원 이상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발행에 동참하면서 비금융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연간 2조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조원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금리를 찾는 개인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선호하는 것도 기업들의 발행 작업에 탄력을 주고 있다.
증권사들의 소매금융(리테일) 창구를 통해 높은 금리를 앞세운 신종자본증권 물량이 대부분 소화되고 있어서다. 매달 이자를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리테일 투자자들을 겨냥해 월 이자 지급 방식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도 신종자본증권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이 자본과 부채의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2~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조건(콜옵션)이 부여되고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리가 높아지는 조항(스텝업)이 달릴 때가 많다. 만기는 길지만 조기상환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무늬만 자본인 부채라는 비판도 많은데 콜옵션 행사일이 임박하면 결국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