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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위험한 밀착'에도 '묵묵부답' 정부, 왜?


입력 2024.06.20 16:19 수정 2024.06.20 16:3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北, 러시아와의 새 조약 전문 공개

정부 "추후 공식적 입장 밝힐 것"

"예상된 만큼 성명문은 냈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밤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국제공항에 나와 푸틴을 환송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동맹으로 격상하면서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키는 등 밀착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식적인 입장을 반나절이 지나도록 내놓지 못한 정부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안보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복수의 외신 매체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에 공개한 새 조약 전문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옛 소련 시절에 존재했던 양국의 군사동맹이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8년 전 사라졌던 '유사시 상호 군사개입' 조항이 제4조에 포함됐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이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북한은 옛 소련과 1961년 무력침공·전쟁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맺었으나, 이는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폐기됐다.


이후 2000년도에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 후 북러 관계 복원을 위해 조-러(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했으나 '위기시 자동 군사 개입' 등의 문구는 빠지고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상호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정도의 내용이 대신 담겼다.


통일부·외교부 등은 차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단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 발표가 방금 직전에 나와 현재로서 통일부 차원의 공식적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으며,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러북 간의 조약의 구체 내용을 분석한 후 입장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의 대응이 한 발 늦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가 반(反)미·반서방연대를 노골화한데다 어느 정도 사전에 예상까지 가능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강한 비판을 담은 입장문을 한시라도 빠르게 내놨어야 했단 것이다.


당초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양국이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선언 혹은 새 조약을 체결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양국이 본인들끼리 세계질서를 새로 구축하겠다고 나선 게 예상됐던 만큼, 한반도에 미칠 파장 또한 예측 가능했기에 정부가 이날 중으로 성명문 정도는 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도 상당히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북러의 동맹 관계 구축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대응이 적절한지 비교·대조해볼만한 과거 사례를 찾기 어렵단 점에서다.


전성훈 경민대학교 겸임교수는 "지금 외교 문제와 통일 문제가 복합적으로 걸려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긴밀 관계를 구축한 것을 문서화했으니 신냉전시대에서 굉장히 고민거리가 많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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