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단순한 주가 상승 아닌 구조적 불공정·불평등 요인 제거 집중
이상훈 교수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다수결로 정당화 곤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라는 주장이 또 한번 제기됐다. 일반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주식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한국기업거버런스포럼 주최로 개최된 ‘밸류업과 이사 충실의무’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밸류업을 위해선 단순히 주가를 높이는 것이 아닌 주식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불공정·불평등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기업이 경영자의 사적 이익 대신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을 뜻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반 주주까지 해당 의무가 확대될 경우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회사법에 명시된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물적 분할의 경우 회사와 총수의 지배적 사적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주주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외에 합병, (CB)·(BW) 신주발행, 자사주 처분·매입 등에서도 현행법상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제기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모호한 규정이라는 지적에 대해 “총수의 사적 이익과 주주 전체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는 의미로 혼동할 것이 없다”며 “보유 주식에 따라 N분의 1만큼 보호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충실의무 도입이 일반주주를 과잉보호한다는 논리도 잘못된 것으로 이는 회사법상의 이익 및 주주공동 이익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자본의 다수결은 모든 주주의 공동 이익에 대해서만 적용돼야 하며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하는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다수결로 정당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짚었다.
그는 “충실의무 도입 시 일반주주가 단기이익에 치중하거나 배임죄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라면서도 “일반 주주는 비효율적 투자를 하고 경영진만 효율적이라는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며 배임죄의 경우 폐지와 완화를 통해 민사적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한 주장 제기라고 강조했다. 충실의무 미비로 생기는 문제는 상법보다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학계·법조계·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에서도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국내의 경우, 회사의 법인격을 지나치게 존중한 나머지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거나 불공정하게 차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상법에 명문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충실 의무가 도입되면 회사에 대한 소송이 봇물이 이룰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이해 상충 거래에 한정되기 때문에 소송 남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나온 선진국에서 해당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실제 영국의 회사법과 미국의 모험 회사법에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