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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환율에…4대 은행 신용 리스크 17조 육박


입력 2024.06.24 06:00 수정 2024.06.24 06:00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한 해 동안에만 2조 가까이 증가

고금리에 차주 부도 가능성 확대

지난해부터 달러 강세 이어지자

보유한 파생상품서 잠재 위험↑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떠안고 있는 잠재적 신용 리스크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1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채무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파생상품에서의 잠재적 손실 위험이 크게 확대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갈수록 지연돼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는 확대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신용 리스크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6조8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5410억원(10.0%) 증가했다. 신용 리스크는 채무자의 부도와 거래 상대방의 계약불이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경제 손실 위험을 말한다. 해당 리스크를 산출할 때 파생상품 계약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반영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신용 리스크가 5조850억원으로 31.1%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이 4조830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조7377억원으로 각각 12.0%, 10.2% 확대됐다. 반면 우리은행만 4조2387억원으로 9.3%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강달러 상황이 이어지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파생상품 계약 규모를 일부 축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가 확대된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기준금리가 11차례 연속 동결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270원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고, 올 1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47원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달에도 1390원대를 돌파하는 등 여전히 달러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앞으로도 강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가 좀처럼 축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스웨덴·스위스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계는 갈수록 지연돼 달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탓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진전이 확인됨에 따라 금리 인하 환경이 갖춰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전환할 것"이라면서도 "3분기 중 예정된 주요국 선거(유럽·일본 등) 일정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자극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고, 환율 방어에 취약한 국내 환경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 하락 시점은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외적 강달러 압력이 잔존한 가운데 유럽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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