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2% 회복에도…정부, 물가 자극 신중
누적 적자 한계 도달…하반기 줄줄이 인상 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 후반대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하반기 ‘물가 정점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한 국제유가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널뛰는 원・달러 환율 등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서는 ‘피크아웃(Peak out)’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 체감 물가는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지난 4월(2.9%)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단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1%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4·5월 더디지만 하락세를 보인다”며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당초 전망대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정부는 이달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굴곡진 흐름 속에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표현했던 것보다 물가 안정세 판단이 긍정적인 모습이다.
앞서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2.6%로 바라봤다. 지난 4월까지 월평균 상승률은 3.0%다.
그러나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물가 오름세에 큰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긴장이 여전히 긴장돼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그룹이 모인 ‘OEPC+’ 국가들이 지금의 원유 감산량을 2025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감산 결정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유가가 계속 오르며 미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요금도 소비자물가 부담 ‘복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속된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쌓인 만큼 하반기 전기와 가스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달 최남호 산업통상자원 제2차관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며 “가스공사는 아직 근본적으로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미수금도 쌓이고 있다. 한전은 올해 3·4분기에도 흑자가 큰 폭으로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결 기준 총부채는 각각 200조9000억원, 46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와 가스를 공급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대중교통비 등 교통비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시의 경우 올 하반기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신청서를 통해 2019년 요금 인상 이후 물가가 크게 올라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민생과 직결된 만큼 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당부한 바 있다.
‘강(强) 달러’ 현상의 장기화도 걸림돌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기준 138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으나 일주일이 넘게 연속으로 1380원대에 머물러 향후 14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는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고환율 악재가 꼽힌다. 특히 지난 4월 원・달러 환율 급등이 미국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이었다면 최근 원화 약세는 엔화·유로화를 포함한 주변국 통화 약세 등의 걸림돌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등을 끌어올리며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를 안착시키기 위해 민생안정에 최우선 역점을 둘 것”이라며 “여러 잠재 위험이 있지만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