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민족주의는 다른 나라에 대한 배타적 정서로 이어져"
"세계시민적 인식 필요한데 거대한 국기계양대는 시대착오적"
서울시가 2026년 광화문 광장에 높이 100m의 국기 계양대를 설치하기로 한 것과 관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낡은 국수주의적 방식의 애국심 고취"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국가로 변모하고 있고, 세계시민적 인식이 필요한데 높은 국기계양대를 세워 폐쇄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입장에서 서울시가 (국기 게양대와 초대형 태극기 설치 결정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가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그 실현 방법이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낡은 국수주의적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과 민족에 대한 무리한 자부심은 다른 나라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우리 과제는 민족에 대한 사랑을 견지하면서도 폐쇄적 민족주의를 넘어 열린 민족주의, 나아가 열린 세계시민적 인식을 갖고 이를 미래세대에 전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은 피부색과 언어, 문화가 다른 지구촌 시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시민으로 자라야 한다"며 "이런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광화문 한복판에 거대한 태극기 게양대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결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한 애국심은 약자와 소수자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공동체를 다수 시민이 경험할 때만 생겨난다"며 "거대한 태극기 게양대를 쌓는 노력 대신 건강한 자부심이 자연스레 샘솟는 길에 서울시와 정치권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오전 제74주년 6·25를 맞아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에서 헌신한 참전용사 7명을 서울시청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100m 높이의 국기계양대 설치 내용을 담은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6·25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국가상징 시설인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건립해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 오코넬 거리의 '더블린 스파이어'처럼 역사적·문화적·시대적 가치를 모두 갖춘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국가상징시설을 조성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