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은행권 전세대출 '속도조절' 예고에…무주택자 '진땀'


입력 2024.07.05 06:00 수정 2024.07.05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한 달 새 2400억 '껑충'

모든 대출에 DSR 산정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한 달 새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크게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모든 대출 상품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하라고 주문한 만큼, 앞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들에게도 한파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2226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4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9월 한 달 새 2896억원으로 늘어났던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해 1월 120조7411억원을 기록한 후 4월 117조9129억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5월 들어 117조9827억원으로 소폭 반등한 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31조4986억원 ▲신한은행 30조6280억원 ▲농협은행 20조7053억원 ▲하나은행 19조414억원 ▲우리은행 16조3493억원 순이었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배경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87.1에서 올해 5월 89.2까지 올랐다. 반면 은행권 전세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9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p)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4.09%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 상품에 대해 DSR을 산정하라고 주문했다는 점이다. 전세대출은 물론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대출에 대해서도 DSR 비율을 산출하겠다는 의미로, 무주택자들의 전세자금 마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DSR은 전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갚을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돈을 빌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로, 현재 은행 대출에는 40%, 비은행 대출에는 50%의 DSR 규제가 적용된다. 금융기관에서 대출 실행 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가 내야 하는 원리금이 1년에 버는 돈의 40~50%를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가계부채가 4월을 기점으로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708조5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3000억원 가량 불었다. 이는 2021년 7월 6조2000억원 증가한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최근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자산 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의 가계 빚 경고에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p 축소했으며, 국민은행도 3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가산 금리를 0.13%p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65~5.05%에서 연 3.78~5.18%로, 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4.4%에서 연 3.13~4.53%로 높였다. 신한·우리·농협은행 등도 가산 금리 등을 조정해 대출 금리를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전세대출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 사다리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집값 상승과 함께 전세대출 수요도 늘고 있어 당장 이를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금융권에선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당국의 대출 엇박자에 시장이 계속 혼란스러운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DSR이 산정되면 중도금 대출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전세대출 한도가 거의 안나올 수 있고, 신용대출을 받았던 청년이 독립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으려 할 경우 대출 한도가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지만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대출 상품인 만큼 고려해야 되는 부분은 맞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엇박자 대출 정책을 펼치면서 은행권과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