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Q 잠정 영업익 10조4천억…메모리 중심 반도체 개선 영향
AI발 훈풍에 DS 연간 영업익 20조원 초과 전망 제기
모바일·가전 AI 마케팅 강화할 듯…SDC는 3분기부터 증가 기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10조원을 크게 웃도는 잠정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영업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00억원) 이후 7분기 만이다.
실적 개선은 두드러진 반도체(DS) 회복에 기인했다. 기존 추정치(4~5조원)을 크게 상회할만큼 증가폭이 컸던 것은 AI발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사업 호조 덕분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결 기준 2분기(4~6월) 잠정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6700억원)와 견줘 1452.24%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기간 잠정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60조100억원) 보다 23.31% 늘었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매출은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추정치) 보다 1814억원 소폭 상회했고,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 이상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 어닝서프라이즈는 AI 훈풍을 탄 반도체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영향이다.
잠정실적은 각 사업부문별로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8조3078억원으로 예상하며, 이중 DS 부문이 4조~5조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전사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기존 예상치 보다 1조5000억~2조원 더 많은 영업이익을 DS 부문에서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사 실적의 70%에 가까운 액수로,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깜짝 실적' 일등공신 메모리…AI발 훈풍에 D램·낸드 모두 성장
증권가 안팎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효과로 DS 부문 전체 이익 개선을 주도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출하량 증가는 제한적이나 HBM, DDR5 등 고부가제품 비중은 늘어나면서 이익이 대폭 개선됐다는 진단이다.
상상인증권은 "HBM 생산능력 확대 및 공정 전환과 메모리 공급 부족을 유도하는 생산 전략으로 D램, 낸드 ASP(평균판매단가)는 전분기 보다 17%, 18%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세트 수요(스마트폰, 데스크탑, 노트북 등) 회복 부진으로 D램 비트 출하량은 전분기 보다 6%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보다 13~18% 상승했다고 밝혔다. PC·서버·모바일·그래픽용 모두 오름세를 보였으며 3분기에도 D램 가격은 많게는 1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낸드 역시 회복세를 지속하며 DS 부문 수익 개선에 보탬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도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SSD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ASP를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도 어느 정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 LSI(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적자폭 개선이 점쳐진다.
반도체와 더불어 1분기 실적 개선 일등공신이었던 모바일(MX)은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여파로 전분기 보다 역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른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2조3000억원이다.
BNK투자증권은 2분기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분기 보다 700만대 적은 5300만대이며, ASP는 14% 줄어든 289 달러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DS투자증권은 "스마트폰은 견조한 S24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영향으로 마진율이 11%에서 8%로 하락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상상인증권은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 감소에도 2분기 3조3320억원을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와 하만의 경우 전분기와 견줘 나란히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아이패드 생산, 환율 효과 등으로 5000억~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하만은 전분기 보다 1000억원 가량 개선된 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VD(TV)+생활가전은 전분기(538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2024(6월~7월), 파리올림픽(7~8월)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여름철 가전 수요에도 업체간 경쟁 심화로 이익 개선이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 우상향 흐름 지속…모바일·가전도 'AI=삼성' 상징성으로 고객 어필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황 개선이 지속되면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반 서버, PC, 모바일 등 매스마켓(대량 판매시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어서 레거시(범용) 반도체 개선 여지가 크다.
이같은 개선세에 힘입어 증권가는 연간 DS부문 영업이익이 19~2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작년 손실(14조원)을 모두 만회하고도 남는 액수다.
반도체 사업 개선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HBM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SK하이닉스의 HBM을 쫓는 입장이 된 삼성은 하반기 막판 역전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현재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3/HBM3E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중이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뚫게 되면 자존심 회복은 물론, 드라마틱한 D램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인증 완료 목표는 8월"이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만으로 엔비디아 HBM 수요 충족은 불가능하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HBM 인증을 완료해야만 할 강력한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라인 가동률 개선으로 매출 성장을, 시스템LSI에서도 플래그십 SoC(시스템온칩) 및 센서 공급 등으로 적자 탈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AMD 등이 AI 가속기 신제품을 속속 내놓는 상황에서 삼성은 HBM 등 D램 뿐 아니라 파운드리 제조 역량을 두루 갖춘 '원스톱 서비스' 장점을 적극 어필중이다. 파운드리,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지(AVP) 사업을 모두 보유해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사 보다 20%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등 OLED 태블릿 PC,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예상된다. 애플 합류로 올해 태블릿 PC용 OLED 시장은 2023년(180만대) 대비 6~7배 성장한 1200만대가 될 것으로 유비리서치는 전망했다. 삼성은 'AI폰=삼성' 이미지를 확보히 하기 위해 Z시리즈 신제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전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회관 입주식 행사에서 "(디스플레이 업황은) 2분기를 기점으로 조금 살아날 것"이라며 "1분기를 비 또는 흐림이라고 보면 2분기에는 갬이었으며 3분기는 AI(인공지능)이나 오픈AI 출시 등으로 더 기대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을 보름 앞두고 이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Z시리즈 언팩(공개) 행사를 갖는다. 갤럭시 S24에 이어 Z시리즈에도 '갤럭시 AI'를 탑재해 AI폰 명성을 이어간다. 언팩 기간 Z시리즈 뿐 아니라 반지 형태 웨어러블 제품 '갤럭시링',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7',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3'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반기 들어 LC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VD사업에 희소식이다. 여기에 파리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는 TV 수요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OLED 등 2024년 신모델 런칭을 통해 전략제품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경쟁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AI 가전 사업 역시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은 스마트싱스 기능을 앞세운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AI 가전을 속속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