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문 전 부사장, 기자간담회 개최…“상속재산, 전액 사회 환원할 것”
“가장 큰 희망사항은 효성으로부터의 자유”…지분 정리 협조 요청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 간의 갈등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어”
효성그룹 ‘형제의 난’이 종지부를 찍었다. 효성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선친의 뜻대로 형제들과 화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효성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친이 물려주신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현문 전 부사장은 “선친의 장례식을 찾아 조문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입을 뗐다.
지난 3월 작고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대형 로펌 변호사 입회 하에 유언장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에는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유산을 두고 형제간 다툼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형제의 난’을 일으킨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으로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 상속분이다. 자녀와 배우자의 경우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보장받는다.
유언장 내용이 알려진 당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보류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유언 내용에 대해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유언집행인에게 몇 차례 질의했지만 전해온 답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상속인 중의 하나인 저로서는 현 상황에서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선친의 유언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안으로 고민한 결과,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해당 결정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한 달 전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준 부회장 등 공동상속인들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오늘 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번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과 효성에 저의 전달사항을 수용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만약 형제들과 효성이 요청을 거절하거나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 저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여기에 출연하겠다”며 “상속재산을 욕심내지 않고 전액 재단에 출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게 하는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 상속인들도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익재단 이름은 ‘아침 해의 빛’이란 뜻의 ‘단빛’으로 정해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아직 어떤 분야를 할 건지는 논의 중”이라며 “선친이 강조했던 ‘산업보국’을 담기 위해 사회의 약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효성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고 3형제가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일어났던 형제 간의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며 “지금까지 벌어졌던 여러 가지 부당한 일들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용서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모친에 대해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지난번 장례식 빈소에서 갔었을 때 언론에서 5분 만에 나왔다고 했는데 그것은 제 의사가 아니었다”며 “제 의사와 반하게 나가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문 전 부사장은 한때 효성에서 경영에 참여했었으나 부친 및 형제들과 마찰을 빚고 회사를 떠났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팔고 효성과 사실상 연을 끊으면서 경영권 다툼까지는 번지지 않았지만, 2014년 7월부터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해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조현준 회장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해 법정 공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