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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박하다" 노숙자 밥 안줘 '비아냥' 들은 고깃집 사장


입력 2024.07.09 15:30 수정 2024.07.09 15:30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노숙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노숙자에게 밥을 주지 않아 손님에게 '야박하다'는 비난과 '부자되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었다는 고깃집 사장의 사연이 알려졌다.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노숙자한테 밥 안 주면 야박한 식당이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깃집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A씨는 "한 달 전 오후 4시께 행색이 안 좋고 냄새나는 50대 남성분이 가게에 들어와 배고프다고 밥을 달라더라"라며 "맡겨둔 것처럼 당당한 태도에 당황했지만, 오죽 배고팠으면 그러실까 싶고 돈 달라는 것도 아니라서 한 끼 차려드리지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게 오픈 준비하던 것을 미뤄두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랑 나물 반찬, 김치 그리고 딸 주려고 구워놓은 갈치 한 토막에 김까지 해서 한 상 내어드렸다"며 "우리 딸도 물에 밥 말아서 김치만 놓고 먹는 마당에 노숙자한테 이 정도면 충분히 챙겨드린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남성의 요구가 점차 심해졌다. 이 남성은 고기도 달라고 요청했다. 남성은 이미 밥 세 그릇을 비운 상태였다.


A씨가 "오픈 전이라 숯불도 안 피웠고 지금은 고기를 구울 수 없다"고 말하자, 해당 남성은 "고깃집에서 고기를 못 굽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친 후 식당을 나갔다.


며칠 후 오후 4시께 해당 남성이 다시 가게에 방문했다. 그는 당당한 태도로 고기 3인분을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가게 오픈 전이고, 이제 공짜 밥 못 드린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남성은 지난 5일 오후 7시께 또 다시 가게에 찾아왔다. 그는 "배가 너무 고프다"며 "밥 한 끼만 얻어먹고 가겠다"고 했다.


A씨가 "안 된다. 나가달라"고 하자, 옆에서 고기를 먹던 모녀 손님이 "사장님 너무 야박하시네요. 그냥 밥 하나 주세요" "고기 원가 얼마 안 하지 않냐. 그거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되시려고"라며 A씨를 나무랐다.


그러자 서빙하던 A씨의 딸이 모녀 손님에게 "그럼 이 남성분이 우리 가게 와서 계속 고기 달라고 하면 앞으로 손님께서 계산해 주실 거냐?"고 따져 물었다.


모녀는 "말을 참 얄밉게 한다"며 "부자 되세요"라고 말한 후 가게를 떠났다.


A씨는 "결국 단골 한 분이 노숙자 냄새난다고 항의해서 내보냈다"며 "그 와중에 모녀 중 엄마 되는 사람이 노숙자 앉은 테이블 근처를 지나가더니 '이게 뭔 냄새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냄새나서 인상 찌푸려놓고 남 영업장에 노숙자 들이라는 말을 어찌 저렇게 쉽게 하냐"면서 "너무 어이없다. 자선단체도 아니고 엄연히 장사하는 영업장에 노숙자 오는 거 다 받아주고 돈 안 받고 고기 구워주는 게 당연한 거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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