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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안된 '노태우 비자금' 국세청 조사…SK 1.4조 재산분할 뒤집히나


입력 2024.07.17 10:51 수정 2024.07.17 11:18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국세청장 후보자 "불법 통치자금 당연히 과세"…'노태우 비자금' 시효·법령 검토할 듯

SK "유입됐나, 안 됐나" 명확한 증거 없어…국세청 조사 놓고 논란 가열

노 전 대통령이 민정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직후 힐튼호텔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대선 필승을 기원하며 건배사를 하고 있다. ⓒ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의 재산 분할금 몫이 1조3808억원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것을 두고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과세 당국이 이 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항소심 판단대로라면 노 관장 측이 불법 비자금을 증여세 없이 받은 다음 대규모 재산 증식의 원천으로 쓴 셈이다.


1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 후보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관장은 최 회장과 이혼 소송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히 재판 과정에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메모가 공개됐는데, SK 측으로 흘러간 300억원 외에 다른 인물들에게 들어간 자금을 합치면 총 904억원에 이른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와 기소를 거쳐 1997년 2628억원의 추징이 확정됐고 2013년 이를 완납한 바 있다. 그러나 'SK의 약속어음 300억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회고록에서도 "비자금 사건이 발생하자 보유 중이던 현금과 비자금을 빌려 간 기업에 대한 채권 내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따라서 강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비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지만 이를 위한 재조사가 실시되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노태우 비자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비자금에 대한 추가 단죄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상고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 측은 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인 처리 결과,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받은 특혜 의혹 등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K 주장대로 비자금을 받은 대가로 '300억원 약속어음'을 발행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쓸 자금을 약속한 것이 맞다면 재산 분할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항소심 판결의 대전제가 무너져 약 2조원 규모의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 18.44%)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서다. 1심은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재산분할금을 665억원만 인정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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