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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빨아들이는 대기업에 ‘호흡 곤란’ 중소업체…해법은 [위기의 자원순환③]


입력 2024.07.19 07:00 수정 2024.07.19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SG 열풍에 대기업들 폐기물 시장 눈독

사모펀드까지 동원해 소형 업체 인수

시멘트 업체 재료 독식에 생계 위협 호소

폐기물 가치 높아질수록 자본 논리만 남아

한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폐비닐을 파쇄해 고형연료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폐기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 자본이 관련 업계에 녹아들고 있다. 경제 논리로는 문제 될 게 없지만, 폐기물 업계 특성상 중소 업체가 많다는 점에서 논란과 우려가 계속된다.


최근 전 세계는 기후위기 극복 방안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지속해서 증가하는 폐기물의 자원순환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은 폐기물 수집·운반업, 처분업 및 재활용업으로 나뉜다. 처분은 소각, 매립 등이다.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 처리하고 소각 후 남은 잔재물 및 불연성 폐기물은 매립한다.


폐기물은 인간이 생활하는 동안 지속해서 발생한다. 경제와 산업이 발전할수록 폐기물도 늘어난다. 경기 민감도가 낮은 편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상태에서 친환경 요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폐기물 재활용 세계 시장은 2020년 543억 9000만 달러(약 76조원) 규모에서 2027년 775억 달러(약 100조원)로 연평균 5.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 또한 2020년 11조원에서 2027년 22조원으로 연평균 10.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국내 폐기물 재활용 기업 수는 2021년 6720곳으로 전년(6535개) 대비 185곳(2.8%) 늘었다. 이 가운데 사업장 일반폐기물 재활용 기업은 5816개(86.5%)다. 규모로는 5인 이하 사업장이 53.8%, 10인 이하 사업장 73.7%로 상당수가 영세 업체다.


폐기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 자본 투입이 늘고 있다. 특히 기업들에 ESG(환경·사회·투명 경영)가 사실상 사회적 의무가 되면서 재활용 시장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인다.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계나 대형 사모펀드(PEF)가 폐기물 처리 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폐기물 처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도 달라지고 있다.


종합화학 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효성, GS칼텍스 등 다수의 석유화학 업계가 이미 재활용 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사모펀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제네시스프라이빗에퀴티는 지난해 경기도의 한 폐기물 재활용 전문 업체를 인수했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도 사모펀드 운용사 KKR과 함께 폐기물 처리 업체 한 곳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0일 개최된 환경부·시멘트협회 ·생대위 간 개최된 3자 협의체 1차 회의 전경. ⓒ생대위
원료 부족에 중소업체 가동률 30% 밑돌기도


대기업 자본이 늘어오면서 중소·영체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중소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폐기물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사업영역이다.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역으로 가치가 높아지니까 이제 대기업까지 들어오려 한다”며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겨우겨우 버티다 이제야 사업 좀 해보나 했더니 오히려 문을 닫을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문제를 넘어 사업 자원(폐플라스틱 등)의 자원 독점 문제도 불거진다. 대표적인 게 시멘트 업계다.


최근 국내 시멘트 제조 업체들은 폐플라스틱, 비닐 등과 같은 가연성 폐기물을 소각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가연성 폐기물은 유연탄을 대신해 연료 가치도 높고, ESG에도 도움이 된다. 타고 남은 폐플라스틱 재는 시멘트 원료 일부로 사용해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시멘트 업체가 연간 사용하는 가연성 폐기물은 2022년 기준 230만 톤(t)에 달한다. 2040년이면 600만t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멘트 업계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양이 늘어나다 보니 기존 중소형 업체는 재료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심각한 경우 공장 가동률이 평균 30%를 밑도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고형연료(SRF) 업계는 가연성 폐기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업 위기로 몰리는 경우가 생겼다. 국내 환경기초시설 분야 일부 협·단체들은 ‘환경자원순환업생존대책위원회(이하 생대위)’까지 꾸렸다.


생대위는 지난해 국회 토론회, 국정감사 등에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시멘트 업계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 태워 만든 시멘트, 유해성 논란 반복 언제까지 [위기의 자원순환④]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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