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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신협·수협, 비조합원 대출 200조 돌파…서민금융 '의문부호'


입력 2024.07.22 06:00 수정 2024.07.22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작년 말 202조3188억 '역대 최대'

준·비조합원 대출 비중 70% 달해

농협(왼쪽부터)·수협·신협중앙회 본관 전경. ⓒ각 사

농협과 신협, 수협 등 국내 3대 상호금융의 지역 조합들이 비조합인에게 내준 대출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상호금융권의 비조합원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육박했다. 지역 서민들을 위해 설립된 조합의 지역 밀착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신협·수협 소속 전국 조합들의 비조합인 대출 잔액은 202조31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9%가 늘었다. 이는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들 상호금융 조합의 비조합인 대출 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전체 대출(498조8503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6%까지 올랐다.


준조합원 대출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훨씬 늘어난다. 준조합원은 농사나 어업 등을 하지 않더라도 단위 조합의 영업지역(공동유대)에 주소를 두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상호금융 조합들의 준·비조합인 대출 비중은 69.9%(348조8022억원)로 집계됐다.


대출을 내준 10명 중 7명이 일반인이거나 무늬만 조합원인 셈이다. 상호금융을 더 이상 협동조합 중심의 금융사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상호금융 조합 유형별 대출 추이.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업권별로는 신협과 농협의 비조합원 대출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2021년 개정 신용협동조합법 시행으로 비조합원 대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 시행 직전인 2020년 말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 규모는 20조638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52조3030억원으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농협의 경우 농협법에 따라 비조합원 대출한도를 총한도에서 절반 이내에서만 운영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대출 규모가 다른 조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농협 대출 잔액만 357조원대로 수협의 10배, 신협의 3배를 뛰어넘는다. 이에 따른 비조합원 대출 잔액은 타 조합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상호금융권의 비조합원 대출 옥죄기에 나서는 등 조합원 중심의 영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본업과 동떨어진 부동산 관련 대출의 급증, 고금리·비과세 혜택을 노린 고객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대출 대부분이 지역 농협에서 비조합원 신분으로 이뤄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대면 가속화로 거주 지역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상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복합 위기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상호금융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당국 차원에서 상호금융 대출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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