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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영업’은 불편한 시청자들…힐링 예능 마냥 못 즐기는 씁쓸한 현실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07.21 07:01 수정 2024.07.21 09:5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서진이네’ 시리즈 판타지 향한 갑론을박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식당을 영업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예능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배우 윤여정이 사장으로 나선 ‘윤식당’이 흥한 이후, 배우 이서진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서진이네’를 운영 중이다. 기업인 겸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도전기를 담은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도 방송이 됐으며, 해외에서 마트를 연 ‘어쩌다 사장3’까지. 운영 주체도, 콘셉트도 다양하다.


해외여행 예능이 주는 대리만족을 넘어, 현지인들과 더 깊게 교감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한식의 매력을 해외에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K-콘텐츠의 높아진 인기와 맞물려, 한식의 높아진 위상을 합류하는 재미도 추가됐다.


ⓒtvN 영상 캡처

다만 최근에는 전과는 다른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tvN ‘서진이네’ 시리즈를 향해 온라인상에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연예인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시즌1, 2 모두 시청률 8~9%대를 오갈 만큼 시청률이 높지만, 이와는 별개로 ‘귀족 영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분식점을 운영했던 시즌1에서는 사장 이서진을 비롯해 최우식, 정유미, 뷔 등 대다수의 출연진이 요리와 서빙 등에 다소 서툰 모습을 보였는데, 해당 시즌에서는 ‘귀족 영업’이라며 비난이 이어졌다. 처음 경험해 보는 식당 영업에 대해 ‘힘들다’고 토로하는 출연자를 향해선 ‘배부른 투정’이라는 날 선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분식 특성상 메뉴가 복잡하진 않았으며, 영업시간도 실제로 한국에서 운영되는 식당들보단 다소 짧았다. 준비 과정이나 뒷정리 등 출연진들이 얼마나 ‘진짜’처럼 영업에 임했는지를 시청자들이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몰입이 힘들다’라는 시청자들이 속출했고,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서진이네’ 시즌2의 숙제가 됐었다.


아이슬란드로 무대를 옮겨 한식을 판매 중인 이번 시즌에선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이에 출연진이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게 되면서, 전 시즌의 ‘귀족 영업’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데뷔 전 고깃집, 카페 등 아르바이트는 물론, 웨딩 플래너로 일한 경험까지 갖춘 고민시가 인턴으로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감’도 부여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부터 “이사님, 부장님이 요리를 하시게 되겠지만, 그래도 아예 요리를 안 해보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주방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는 말로 이서진을 만족시킨 그는, 초반 회차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다음 일까지 준비해 두는 철저함으로 제 몫 이상을 소화했다.


그러나 논란이 끝은 아니었다. 이번엔 일각에서 “고민시만 혹사시킨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멤버들이 전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고민시만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며 ‘독박 노동’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고민시에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이 답답함과 함께 ‘불편하다’는 호소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차차 적응을 해나가며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논란이기는 하지만, 연예인들의 리얼리티 예능들에 대한 평가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물론 ‘서진이네’ 시리즈가 다큐가 아닌 힐링을 표방하는 예능인 것을 시청자들도 감안해야 한다. ‘서진이네’ 시리즈는 어려움을 부각하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식당 운영기를 통해 재미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인 프로그램이다. ‘서진이네2’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는 “사실 우리는 식당 프로그램이지 식당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배우 분들과 유사 식당을 만들어 해외에 가는 이유는 한식을 알리는 것도 한 축이지만 저희가 이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들, 생기는 케미스트리, 호흡이 식당을 운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서진이네’ 시리즈는 ‘식당’이 아닌 ‘유사 식당’ 임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화면 속 ‘나’의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같은 전개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여기에 ‘힘들다’라는 토로까지 더해졌을 때 시청자들의 실망하는 것은 더욱 당연하다.


‘예능이니 그냥 즐겨달라’고 말하곤 하지만, ‘예능’과 ‘현실’을 분리해서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서진이네’ 시리즈의 경우, ‘식당 운영’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체험기’로 선택을 한 만큼 더욱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을 것이다.


힐링 예능을 마냥 편하게만 즐길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예능 속 운영기는 판타지처럼만 느껴지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어떤 ‘진정성’을 원하는지는 ‘서진이네’ 시리즈가 보여주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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