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세자매' 등 가족극 이어
치명 멜로로 돌아온 최윤정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드라마 ‘프로포즈’, ‘웨딩드레스’ 등 청춘들의 로맨스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최윤정 작가는 이후 ‘사랑만 할래’, ‘세자매’ 등 일일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히며 긴 시간 활발하게 활동했다.
최근 ‘화인가 스캔들’로 디즈니플러스 작품에 도전했다.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 분)와 그의 경호원 도윤(정지훈 분)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다소 익숙하지만 클래식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 최윤정 작가가 충실하게 구현하는 장르적 재미
최 작가의 초기작인 ‘포로포즈’는 우정의 감정을 넘어 사랑을 이루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물론 ‘친구에서 연인으로’ 감정을 키워나가는 청춘들의 풋풋한 이야기로 설렘을 선사하는, 익숙한 멜로 드라마지만 김희선, 이창훈, 류시원 등 청춘 스타들의 활약과 잘 맞아떨어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이후에는 청춘들의 사랑과 가족 이야기로 서사를 조금씩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웨딩드레스’에서는 서로 다른 애정관을 가진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2000년대 집필한 미니시리즈인 ‘사랑하는 사람아’에서도 다섯 형제가 모여 살면서 갈등을 겪고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며 뭉클한 가족애를 느끼게 했었다.
당시 ‘사랑하는 사람아’는 ‘주몽’과 맞붙으며 다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이 과정에서 당초 기획이 된 24부작이 아닌 20부작으로 조기 종영을 결정하기도 했었다. 이때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주인공들의 멜로엔 남다른 진정성이 있다는 평과 함께 조기종영에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후 중년의 세 자매와 젊은 세 자매의 삶을 다룬 드라마 ‘세 자매’를 통해선 일일 드라마에도 도전했다. 일일 드라마의 특성상 불륜, 살인 사주, 혹은 교통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등 ‘막장’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결혼 생활이 순탄하진 않지만 씩씩한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는 ‘일일드라마’의 매력도 보여준 최 작가였다.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전개로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아니다. 예상이 가능한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일각에서는 ‘올드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와 경호원 도윤의 아슬아슬한 케미스트리를 통해 보여주는 ‘어른 멜로’의 재미가 김하늘, 정지훈의 매력과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청춘 멜로부터 일일 드라마, 치명 스캔들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도, 늘 충실한 전개를 보여주는 최 작가의 꾸준함이 ‘화인가 스캔들’에서도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