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측과 협상 앞두고 '총파업 궐기'... "참여하라" 독려
현장 궐기대회 참여자는 1200~1300여명 추산...규모 감소
전삼노 "국내 최대 현대차 노조 뛰어넘는다" 사측 압박
노조 "이미 생산 차질 발생 중" VS 사측 "노조측 일방적 주장"
"파업 미참여자들, 뜻은 있는데 용기가 부족해서 함께하지 못하는 것... 4만명 넘는 현대차 노조가 국내에서 제일 큰데 3만 5000여명의 삼성 노조가 곧 따라잡는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사측과 임금교섭 재개를 하루 앞둔 22일 기흥 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측과의 교섭을 하루 앞두고 파업 미참여자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등 몸집을 부풀려 교섭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1200여명 참여... 지난 집회보다 대폭 감소
이날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전국 사업장에서 모여든 조합원들은 '총파업' 단어가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경기 기흥 세미콘 스포렉스 강당에 모였다.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인원은 2500여명이었으나 실제 참여자는 1200여명 가량이다. 파업 첫날인 지난 8일 집회에 모인 조합원(노조 추산 6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보다 대폭 줄어든 수다.
다만 전삼노는 이번 집회의 규모를 의식한 듯 지속적으로 노조 가입을 홍보하고 독려했다. 노조 규모를 확대하는 차원이다. 이어 "규모가 줄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궐기대회 실내 행사장 곳곳에 걸린 현수막도 노조의 몸집 확대 의지를 가늠케 했다.
스포렉스 강당 내부에는 '동료야 함께하자'. '우리가 지켜줄게', '승리가 눈앞이다', '끝까지 같이가자' 등의 구호 현수막이 걸렸다. 전삼노 측은 집회 이후 약 3km 구간의 사내 행진에서도 해당 구호를 외치며 참여를 독려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삼성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경영진이 바뀌어야 한다"며 "오너 리더십 부재와 새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경영진으로 인해 삼성은 멈춰 있다. 변화 만드는 것은 경영진이 아닌 바로 우리들이다. 이제 시작인만큼 하나하나 바꿔가보자"고 강조했다.
전날 전삼노 측은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려면 조합원들이 궐기대회에 많이 참가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조합원 소통 창구인 대의원을 공개 모집하고, 희망 조합원 명단을 사측에 공식적으로 넘기는 계획을 소개하는 등 세력을 확장할 방안도 언급했다. 이날 집회엔 노동자연대도 함께 자리했다.
파업 참여 독려... "국내 최대 현대차 노조 넘을 것" 사측 압박
현재 국내 최대 노조는 현대차 노조다. 이를 금방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전삼노 측 설명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조합원 수가 4만7000여명인데, 삼성 노조는 현재 3만5000여명이다. 우리가 현대자동차 노조를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노조 가입 직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총파업 선언 이전 3만명을 밑돌았던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현재 3만4700여명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여명)의 27% 수준이나, 대부분이 DS(반도체) 부문 소속이다.
삼성전자 내부 한 관계자는 "전삼노의 세력 확장이 쉽진 않아보이는 것이, DS를 제외한 DX 사업부의 동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파업 영향으로 조합원 수가 늘었지만 절대적인 수가 전부 DS 부문 소속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전삼노의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삼노는 현재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기흥사업장 6,7,8 라인의 가동률이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또한 주말엔 웨이퍼 투입이 전무해 생산 차질이 발생 중이라고 했다. 첫 파업에 내걸었던 '생산 차질'이라는 기치에 걸맞게 실제 노조의 영향이 크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사측은 이와 관련해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실제 생산 차질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인 이번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삼노가 '생산차질' 구호로 사측을 압박하며 지난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보름 만인 23일 노조와 사측은 임금교섭을 재개한다. 노사의 협상 타결에 따라 파업 장기화 여부도 결정된다.
입장 평행선... 드라마틱한 협상 타결 기대 어려워
노조는 "HBM 등의 상황으로 인해 사측이 금방 백기를 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저하보다 직원들 처우 개선이 더 무서운가"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사측의 입장도 있기에 "드라마틱한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현재 전삼노는 ▲전 조합원 기본급 3.5%를 반영한 평균 임금인상률 5.6% ▲전 조합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초과이익성과급(OPI)·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파업 참여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 중이다. 다만 사측은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측과 노조는 총파업 11일 만인 지난 19일 경기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만나 공식 대화를 재개한 바 있다. 전삼노가 먼저 사측에 ‘교섭 재개를 위한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 사측이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답신을 발송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노사 양측은 올해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 오다가 지난달 27일 사후 조정이 결렬되면서 대화를 멈췄고, 이후 전삼노는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의 핵심 사업장에서 쟁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HBM은 최근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게 다소 밀리며 치열한 추격을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