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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억제했더니…‘로또 청약’·‘사업성 악화’ 나비효과


입력 2024.07.24 06:26 수정 2024.07.24 06:26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강남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하반기 1만5000가구 청약

과도한 시세차익으로 시장 혼란, 건설사는 적정 공사비 미반영 불만

“원칙적으로 폐지해야…주택 공급 위축·극소수에만 로또로 전락”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택지에서는 로또 청약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데다가 공공택지에서는 공사비가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서다.ⓒ데일리안 DB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택지에서는 로또 청약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데다가 공공택지에서는 공사비가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서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남권에서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약 1만5000가구가 청약에 나서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1294가구 대비 급격히 확대된 물량이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어서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신축 아파트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것을 제한하는 상한선으로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근 단지의 시세와 크게 차이나는 가격으로 공급되며 일명 ‘로또 청약’이라고 불린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수억원에 이르기까지의 차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내 집 마련보다는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9일부터 청약 일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23억3310만원으로 굉장히 높지만 인근의 래미안 원베일리의 전용 84㎡ 시세가 40억원 수준이어서 높은 청약 열기가 과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도 최근 분양가상한제 심의위원회에서 3.3㎡ 당 분양가가 6496만7000원으로 정해졌다. 전용 84㎡ 기준 일반 분양가가 약 22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시세차익이 약 1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공사비를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올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도 사업성 악화로 좌초되는 사업장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3·4블록은 2022년 사전청약까지 진행했지만 시행사가 분양가 상한제에 맞춰 공사를 하겠다는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취소됐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와 건설공사비지수 인상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가 지난 2020년 3월 ㎡당 164만2000원에서 올해 3월 203만8000원으로 24.11% 오르는 동안, 건설공사비지수는 118.47에서 154.09로 30.06% 올랐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최근 분양가 상한제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다만 공사비 현실화보다는 해당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원칙적으로 사라져야 할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재개발, 재건축 사업뿐 아니라 공공택지에서도 공사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좌초돼 필요한 만큼의 주택 공급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택지에서는 극소수의 로또를 보장해주면서 여러 사람(조합, 시공사 등)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도록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장치”라며 “로또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오히려 전세를 살면서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려다가 전세사기를 당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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