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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쇼크④] 긴 정산 주기·판매대금 관리 등 ‘허술’…“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입력 2024.07.28 07:09 수정 2024.07.28 07:09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이커머스 기업마다 정산 주기 달라…제재 등 관리감독 부실

전금법 개정안도 위탁 판매사의 경우 제외…규제 사각지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발단은 이커머스 업계의 해묵은 이슈였던 긴 정산 주기와 판매대금 관리 허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반면 이커머스는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기업마다 정산 주기가 다르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바로 다음날 셀러(판매자)에 판매대금 100%를 지급한다.


이와 달리 티몬은 물건이 팔린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7월1일에 물건이 판매됐다면 그 달 말일 기준 40일이 지난 9월9일이 정산 기일이 되는 셈이다.


위메프의 경우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을 기준으로 두 달 후 7일 100% 정산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로 등록돼 있지만, 일반 금융사들과 달리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 계획을 마련할 의무도 없고 자체적으로 정한 정산 주기를 어겨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정산 주기가 길다 보니 매월 거래액만 늘리면 그 기간 동안 자금을 보관·운용할 수 있다.


이번 사태도 이 정산 시스템에서 촉발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큐텐이 지난 2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할 때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이 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티몬은 전금법상의 등록 선불업자로 티몬캐시(선불충전금)와 컬쳐랜드, 해피머니 등 문화상품을 판매해왔다.


오는 9월15일 시행되는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선불업자는 포인트·상품권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고 받은 돈을 100% 은행 등에 예치해야 한다. 이 의무는 상품권 등을 발행한 주체에게 적용된다.


다만 티몬처럼 상품권을 위탁 판매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두 기관은 현장점검에서 정산지연 규모 등 판매자에 대한 대금 미정산 현황, 판매자 이탈현황과 이용자 환불요청과 지급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소비자에 대한 대금환불 의무 및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 의무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했다.


금융위윈회와 금감원은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등 판매자 보호를 위한 정산자금 관리체계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빠르게 지급하기 위해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내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새 정산 시스템은 안전한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티몬과 위메프는 상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시스템 개선이나 감독 수단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은 소비자 및 판매자들의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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