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이 이번 달 들어서만 5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을 옥죄라는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이 금리를 높여 대응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와중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돌연 미루면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더욱 몰리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번 달 25일 기준 713조372억원으로 지난 달 말보다 4조7349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57조411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조2589억원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기조에 부응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데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263% 수준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과 비교하면 상단이 0.031%포인트(p) 낮아졌지만, 하단은 오히려 0.060%p 높아졌다.
몸집을 불리는 가계대출의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30% 올라 18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 10개월여 만의 최대치였다.
또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한도가 축소되기 전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도 가계부채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오는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오는 9월로 갑작스럽게 연기했다. DSR은 연간 소득과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스트레스 DSR은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