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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바람 농사꾼'이 이재명의 먹사니즘?…"지역사회 갈등 불가피"


입력 2024.07.31 15:46 수정 2024.07.31 15:49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李, 지방 소멸도시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

예산규모·재원 마련 방법·송전선로 설치 등

구체적 방안 제시 없어…"맹탕 공약" 지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28일 충남 공주 충남교통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8·18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먹사니즘'의 한 축으로 '재생에너지 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 곳곳에 '에너지 고속도로'(지능형 송배전망)를 깔아 태양광·풍력으로 생산된 전력 판매 수익금을 지역민들에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필요한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선 송전선로(송전탑) 설치가 필수인 만큼, 지역사회 갈등을 배제한 '맹탕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10일 민주당 당대표 연임을 위한 출마 기자회견부터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까지 연일 '에너지 고속도로' 설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편적 기본사회'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충남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정견발표에서 "전국 어디서나 무한한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바람·햇빛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즉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며 "충남 곳곳에 인구가 소멸돼 사라질 시·군들이 이제 햇빛·바람 농사꾼으로 득실될 것이다. 지방으로 가지 말라고 말려도 먹고 살길이 해결되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후보는 어느 곳에, 얼만큼의 예산이 필요한 지, 어떻게 예산을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김두관 후보는 "올해 59조원의 세수 결손이 생겼고 내년엔 90조원이 예상된다"면서 "이 후보의 '먹사니즘'은 무슨 재원으로 할 것인가. 재원 없는 먹사니즘은 실현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이 수반되지 않은 공약은 '허구'라는 취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재생에너지 공약은 전남 신안군의 '햇빛 연금'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이 후보가 밝혔던 내용으로 에너지 대전환은 이 후보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안군은 지난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특수목적법인(SPC)에 따른 이익 공유 방안을 만들고, 지역민들에게 태양광발전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햇빛연금 명목으로 분기별 1인당 11만~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엔 전력망 설치 및 연결이 필수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선 고압 종류에 맞는 장거리 송전선로가 필요해서다. 통상 765㎸(킬로볼트) 초고압탑 송전선로를 '고속도로급'으로 빗댄다.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엔 초고압 송전선로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밀양 송전탑' 갈등 사태처럼 지역사회의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사태는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탑 같은 혐오시설을 지역 주민에 떠넘겨 희생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도 당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이언주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변인 시절인 지난 2013년 10월 8일 논평에서 "밀양 송전탑의 갈등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라며 "도시민의 전력 사용을 위해 송전탑 바로 아래에서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전근대적·야만적·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도 낮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송전탑 설치 문제로 지역사회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한 맹탕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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