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 예심 청구 4건...직상장 대신 우회방식 주목
키움증권, SGA솔루션즈 이어 9년 만에 성공 도전장
한투·하나證 주총서 승인...하반기 코스닥 입성 앞둬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스팩 합병 계획 철회가 잇따랐지만 하반기 들어 일부 증권사들이 합병 상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 주목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센서텍·에르코스·에스엠씨지·미라셀 등 4개 기업이 스팩 소멸합병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스팩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가 지난 5월 2건, 6월 1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이 목적인 서류상 회사다. 증권사는 공모로 자금을 모은 뒤 3년 안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합병에 실패하면 청산 절차를 밟아 투자자에 공모가 기준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돌려준다.
스팩은 연초 중소형 공모주가 인기를 끌고 스팩 합병 실패가 잇따르면서 서서히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스팩 합병을 원하는 기업들이 줄어든 데다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고평가 논란에 합병 계획을 철회하는 사례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엔에이치스팩20호(크리에이츠), 엔에이치스팩25호(이브로드캐스팅), 하나금융25호스팩(피아이이),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씨엔티테크), 대신밸런스제16로스팩(루리텍), 유진스팩7호(케이엑스인텍), SK증권제8호스팩(노브메타파마) 등 7곳이 줄줄이 스팩 합병 상장을 취소했다.
그러나 최근 공모주 투자 광풍이 꺾이면서 직상장 대신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합병 예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 중 에르코스와 에스엠씨지는 키움증권이 9년 만에 도전하는 스팩 합병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키움6호스팩은 지난달 12일 에르코스와의 합병 예심을 청구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키움제7호스팩이 에스엠씨지와 합병 예심을 청구하면서 합병 상장 계획을 알렸다.
키움증권이 스팩 합병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15년 레드비씨(현 SGA솔루션즈)와의 합병이 마지막이다. 이후 키움스팩 3호와 4호, 5호는 모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2022년 6호와 7호스팩을 연이어 증시에 입성시켰고 지난해에도 8호를 신규 상장했다. 오는 23~24일에는 스팩9호의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으로 스팩 합병에 대한 꾸준한 의지를 보이면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올 하반기 스팩 합병 상장 도전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아이비젼웍스와 하나금융24호스팩은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각각 합병 안건을 승인했다. 내달 3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하나금융25호스팩은 주주들이 합병 대상인 피아이이와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결국 계획이 무산됐지만 24호 스팩은 주총 승인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차이커뮤니케이션도 이달 말 주총을 통해 한국제11호스팩과의 합병이 승인됐고 내달 27일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다. 한국제11호스팩은 작년 러셀로보틱스와 합병 결정을 철회했으나 새 합병 대상을 확보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 입장에선 직상장 대비 빠르게 중시에 입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당분간 합병 상장 케이스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