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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안, 불법 합법화·재산권 침해 등 위헌 우려…전면 재고해야"


입력 2024.08.08 06:00 수정 2024.08.08 06: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사용자 개념 모호해 죄형법정주의 위배

명확성 원칙 위배, 폭력 등 불법행위 정당화 우려

불법의 합법화·사회적 비용 급증 등 부작용 전망

ⓒ한국경제인협회

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직업활동의 자유·재산권·평등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커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8일 이같이 밝혔다.


모호한 사용자 개념,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산업현장 혼란 가중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노조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독립성과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등 경영권 대상 파업 가능…직업의 자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임금인상, 근로시간의 조정 등 이익분쟁은 물론,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 즉 권리분쟁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된다.


이익분쟁(노사 간 교섭사항)은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의 형성‧변경 등을 둘러싼 분쟁을 말하며 권리분쟁(사법권리구제대상)은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의 해석‧적용 등을 둘러싼 분쟁을 뜻한다.


보고서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구조조정, 경영상 해고 등 사용자의 경영권 본질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져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영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며, 노사갈등과 대립 심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英‧美등 주요국,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대상으로 파업 허용 안해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이나 정치적 사항 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임금·근로시간·징계 등 근로조건, 노조 가입자격 및 교섭·협의 기타 절차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s)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파업(Unfair Labor Practice Strikes)에 한해 쟁의행위 대상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를 허용하나, 투자 결정·생산기지 폐쇄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경제인협회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 확대, 폭력·파괴행위 등 불법행위의 정당화 우려

개정안은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명확성 원칙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된 것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을 말한다.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의 과도한 확대로 폭력·파괴행위,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어 노조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불법 파업 등에만 손해배상책임 개별화, 평등권·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

개정안은 불법 쟁의행위 또는 그 밖의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각 손해에 대한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민법 제760조에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는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 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전항과 같다.'를 담고 있다.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하는 사용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개정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혜를 부여한 반면, 이에 따라 사용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 노조의 집단행위에 따른 손실에 대하여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용자의 재산권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구제보다 가해자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자는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노조 측에 기울어진 입법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하여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조 불법행위의 사실상 정당화, 노사갈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급증 등 개정안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법안 입법은 전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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