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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가기 싫어서 자국 인질 포기한 이스라엘 총리 [기자수첩-국제]


입력 2024.08.09 06:24 수정 2024.08.09 13:03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말이 통하는' 하니예 죽인 이스라엘

굳이 이란에서 죽인 까닭은

뇌물수수·사기·배임 혐의 재판 예정

지난달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에 억류돼있는 50명 남짓의 이스라엘 인질들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면서 인질 교환 및 휴전 협상 테이블을 완전히 엎어버린 탓이다.


하니예는 그동안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하마스의 외교 부문 최고 실권자로, 수차례 성사됐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 교환도 그가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미국과 카타르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하니예가 비교적 말이 통하는 상대라고 인식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의 한 실무자는 뉴욕타임스(NYT)에 “하마스 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 말이 통하는 상대는 하니예가 유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인질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을 이스라엘이 직접 제거해버린 셈이다.


왜 그랬을까? 사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테헤란에서의 하니예 암살은 큰 정치적 이익을 챙긴 묘수였다. 그는 단 하나의 수로 이란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무기한 연장했다.


우선 테헤란에서 암살을 감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니예는 2017년 2월 가자지구를 떠나 카타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에 적개심이 큰 이란에서 그를 암살하는 것보다 카타르나 하니예가 자주 찾는 튀르키예에서 제거하는 것이 더욱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니예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보호하고 있는 귀빈 숙소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우리나라의 국방부 같은 곳으로 하니예의 숙소는 안전가옥에 해당한다. 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휴민트 등을 동원해 지난해부터 하니예가 이란을 방문할 때마다 정보를 모았고 미리 폭탄을 설치해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을 들여 그를 굳이 이란에서 암살한 것이다. 이란과의 더 큰 긴장을 원했던 까닭이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네타냐후 총리는 또 다른 전쟁을 원하고 있다. 아니, 그와 연대하고 있는 극우 세력이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극우파는 중동의 모든 원흉이 이란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있었던 하마스의 기습도 이란 탓이라 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는 이란을 완전히 억제하길 원한다. 전면전까지 불사하면서 말이다.


이스라엘의 정치 구조상 극우 세력과 연대가 깨지면 네타냐후는 더 이상 총리직을 유지할 수 없다. 중도 우파가 그에 등을 돌린지는 오래며 전쟁에 지친 국민들이 다음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할 리도 만무하다. 최근 보도된 그의 지지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 수수, 사기, 배임 등 3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당한 상태다. 이스라엘 검찰은 수년 전 그를 기소했고,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를 모아놨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중이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해당 사건의 재판은 잠정 중단됐다.


현재 이스라엘에 돌아오지 못한 인질은 약 120명으로, 외신은 이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적어도 50명 이상의 인질은 아직 하마스에 억류돼 있는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5일 미국을 방문해 "인질 석방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인질들을 죽이는 결정을 내렸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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