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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까지 침투…'솜방망이 처벌' 마약민국 만든다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4.08.12 07:08 수정 2024.08.12 07:0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SKY 등 명문대학 연합 동아리서 마약 유통·투약해 검거…의대·로스쿨 준비생도 포함

올해 상반기 마약사범 총 1만1058명 검거…정부 '마약과의 전쟁' 선포에도 효과 미미

지난해 기소된 마약사범 중 43.5% 벌금형·집행유예…초범·반성 등 이유로 선처

형량 강화 및 양형기준 새로 마련해야…'마약청정국' 지위 되찾기 위해 강력한 정책 펴야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외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마약범죄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대학가다. 최근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명문대학으로 구성된 연합 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확인된 회원 수만 수백명으로 이들 중에는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로스쿨 준비생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음지의 일로 여겨졌던 마약이 일상 깊숙 침투했음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겼다.


이렇듯 마약사범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비대면 마약거래의 증가 ▲국제 마약조직을 통한 밀수 급증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 방식 등이 있다.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스캔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점이 젊은 층의 마약 심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총 1만1058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마 1330명 ▲마약 717명 ▲향정 8721명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1만172명)와 비교하면 8.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마약사범 수가 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머지 않아 3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마약사범의 증가세는 법원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법정을 돌다 보면 수많은 마약사범을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본 마약사범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었다. 이 중엔 유난히 앳된 얼굴로 재판을 받던 한 청년도 있었다. 재판 내내 눈물을 흘리던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반성하는 듯했다. 당시 방청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 기자는 "내 동생뻘이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남성을 바라보며 마약사범의 연령이 '저연령화' 됐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정부는 지난해 검찰, 관세청 등 범정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마약범죄는 나날이 늘고 있다. 당당하게 마약 판매를 홍보하는 판매자도 쉽게 찾아볼 수있다. 마약범죄 확산세가 줄지 않는 이유는 검거되더라도 초범은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 60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21명(43.5%)가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실형을 구형하더라도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선처를 받게 된다. 재판부가 선처를 해주더라도 중독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대 검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마약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마약범죄에 대한 기본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범죄 유형(판매, 운반, 투약 등)에 따른 양형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재판부 역시 마약사범들이 마약범죄의 위험성과 중대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재활·치료를 통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치료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약민국' 현실화가 턱밑까지 다가왔다.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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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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