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80% 이상 장악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 삼성·LG 출사표
클리닝 기술 뿐 아니라 CS·보안·구독 앞세워 경쟁력 어필
중국업체가 장악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올인원(일체형) 로봇청소기 시장에 새롭게 합류했다.
이들은 세척·건조 기술 뿐 아니라 CS(고객서비스), 보안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소비자 어필에 나서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둘러싼 한·중 경쟁이 올해를 기점으로 달라질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오는 15일 출시한다. 신제품은 고객이 청소 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예약 설정 해두면 먼지 흡입 및 물걸레 청소부터 물걸레 세척, 건조까지 한 번에 알아서 완료해주는 ‘올프리(All-Free)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대 진공도 1만Pa(파스칼)의 모터가 만들어 내는 강력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으며 물걸레를 세척할 때 전용 관리제를 자동 분사하고 열풍 건조로 말려줘 냄새와 위생 걱정을 줄여준다. 신제품은중국 실버스타그룹과 JDM(합작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조한다.
고객은 자동 급배수 키트가 적용된 모델과 키트가 없는 프리스탠딩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출하가 기준 자동 급배수 키트 포함 219만원, 프리스탠딩 제품은 199만원이다.
LG전자는 4개월 앞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삼성전자와 겨루는 것은 물론, 이미 80% 이상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삼성이 내놓은 신제품은 먼지 흡입, 걸레 청소, 스팀 살균이 한 번에 이뤄진다. 100℃ ‘스팀 살균’으로 각종 세균을 없애주고 55℃의 ‘열풍 건조’로 물걸레 냄새 걱정도 덜었음을 강조한다. 가격은 출하가 기준 179만원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중견업체 신일전자는 하이엔드가 아닌 보급형 시장에 타깃을 맞췄다. 100만원 초반대로 복잡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대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리모콘을 추가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먼지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합친 올인원 제품이 성능이 떨어지거나 냄새가 날 수 있다고 판단, 각각의 기능을 분리한 제품만 출시해왔다.
그러나 로보락이 한국 시장에 진출(2020년)한 지 2년 만에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고 매출도 2020년 291억원에서 2023년 2000억원으로 7배 가까이 성장하자 태도를 바꿨다.
실제 중국 로보락의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은 46.5%로 1위이며, 150만원 이상 가격대의 로봇청소기 시장 내 점유율은 65.7%나 된다.
로보락을 비롯해 이미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기술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약점으로 꼽혀왔던 CS, 기술 보안 이슈도 적극 보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중이다.
로보락의 플래그십 모델 ‘로보락 S8 MaxV Ultra’(S8 맥스V 울트라)는 ▲엣지 클리닝 ▲직배수 기능 외에 ▲1만Pa=의 강력한 흡입력을 갖췄다. 엣지 클리닝이란 청소 공간 내 모서리를 인식하면 플렉시암(FlexiArm Design™) 사이드 브러시가 자동으로 돌출돼 손이 닿기 어려운 부분의 먼지를 모아 흡입한다.
직배수 기능을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이로써 오수 버리기, 물통 채우기를 사람이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직배수 199만원, 물통형 184만원이다.
약점으로 꼽힌 CS·SW(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보안 기술도 보완했음을 강조한다. 로보락은 기존 18개였던 로보락 AS 센터를 하이마트 AS 접수 지점을 더해 총 352개 지점으로 확대한다. 직접 방문 접수가 어려운 소비자를 위한 도어 투 도어 방문수거 서비스도 지원한다.
로보락이 15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급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65.7%나 차지할 정도로 장악력을 확대했음에도 대대적인 CS 정책을 공개한 것은 AS 인프라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도전을 선제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접수 뒤 AS센터로 이동해 수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 수리 기간은 더 걸린다.
에코백스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X시리즈를 비롯해 보급형 제품 T시리즈, Y시리즈 등을 두고 있다. T시리즈 신제품인 '디봇 T30 프로 옴니'는 70℃의 온수로 물걸레를 세척한 뒤 2시간 안에 45℃로 열풍 건조해 물걸레 냄새 우려를 덜었음을 강조한다.
직배수 기능도 있다. 직배수 키트(29만원)를 구입하면 방문 설치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직배수가 아닌 물통형은 139만원이다. 고객 서비스도 강화했다.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T30 출시를 계기로 국내 서비스센터를 36개로 확충했다고 밝혔다.
중국 드리미의 신제품 X40 울트라는 1만2000Pa의 흡입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제주를 포함한 현재 전국 24개 공식 AS센터를 향후 대폭 확장하고 AS 보증 서비스 기간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로봇청소기를 둘러싼 한·중 경쟁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엔드급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중국제품이나 한국제품이나 150만원을 상회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전국 각지의 서비스센터, 남다른 보안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전자는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에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 LG Secure Development Lifecycle)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글로벌 인증 업체인 UL솔루션즈에서 사물인터넷(IoT) 보안 안전성을 검증 받아 업계 최초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AI 기능 고도화에 따른 다른 가전과의 연동성, 차별화된 가전 구독 등도 차별점이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DNN(Deep Neural Network) 모델을 기반으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다. 특히 기존 모델보다 인식 가능한 카테고리가 크게 늘어 얇은 휴대전화 케이블이나 매트까지 인식할 수 있다.
LG 로보킹AI 올인원은 고객이 신제품을 구독하면 케어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구독기간 내내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중국업체들은 국내 대기업·중견업체들의 추격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웬추안 리우 에코백스 총괄 매니저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 AS 제공이 이뤄진다면 매출은 따라올 것"이라며 낙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서영 로보락 총괄도 "우리는 수치를 좇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한국 고객들의 필요"라며 자신감을 어필했다.
메기 다이 드리미 한국·일본·호주세일즈 디렉터는 "처음 한국에 진출한 2022년 대비 2023년 판매량이 1562% 성장했다.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자체 엔진 기술력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한국 대표 로봇청소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