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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전기차 화재에…현대차도, 폴스타도 "어마뜨거라"


입력 2024.08.14 10:40 수정 2024.08.14 12:0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차그룹, 전기차 출시 줄잇는 상황서 '전기차 포비아' 악재

배터리 정보 공개, 전기차 무상점검 등 발 빠른 대응

BMW, 폴스타, 폭스바겐‧아우디, 스텔란티스 등도 잇단 정보 공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무의미…배터리 실시간 상태정보 공유해야" 지적도

정비사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수요가 부진한 전기차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큼 파장이 크게 일고 있는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들은 벤츠 화재사고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릴 것을 우려해 자사 전기차의 안전성을 알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국내 자동차 업계 처음으로 지난 10일 전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이어 12일에는 기아도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는 이어 13일 자사 전기차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 점검에 돌입하며 소비자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점검 항목은 ▲절연저항 ▲전압편차 ▲냉각시스템 ▲연결 케이블 및 커넥터 손상여부 ▲하체 충격·손상여부 ▲고장코드 발생유무 등 주로 배터리 화재와 관련된 것들이다.


현대차그룹이 사고 당사자인 벤츠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인 만큼 시장 침체에 따른 타격도 가장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올해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캐즘 돌파를 꾀하려던 상황에서 이번 벤츠 화재사고는 벤츠보다 오히려 현대차그룹 계열 브랜드들에게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의 볼륨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엔트리급 전기차 EV3를 지난달 25일 출시해 신차 효과를 한창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대차 역시 경형 SUV 캐스퍼에서 크기를 키운 엔트리급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하반기에는 준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 영향권에 들어 있진 않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것은 어떤 제조사에게든 좋은 소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네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의 경우 현재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에서는 전기차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당초 올 하반기 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 출시가 점쳐졌으나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쿼녹스 EV 출시 연기는 최근의 화재사건과는 무관하게 글로벌 GM 차원의 전기차 생산 속도조절에 따른 것이라고 한국GM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측면에서도 미국산 신차를 들여와 국내에 출시하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GM 한국사업장 전체적으로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의 준대형 전기 SUV ‘리릭’ 한 종의 전기차만 운영 중이다. 리릭은 지난달부터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해 신차 효과를 한창 누려야 할 시기라 전기차 포비아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회사측은 보고 있다.


GM 산하 브랜드 전기차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GM 한국사업장은 차종별 배터리 정보를 굳이 공개하지 않았다.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 등 2종의 전기차를 판매 중인 KG 모빌리티는 두 차종 모두 화재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를 촉발한 벤츠 차량을 비롯해 최근 화재사고가 발생한 전기차들은 모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장착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가 가장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BMW는 수입차 업계에서는 가장 빠른 지난 12일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BMW는 전기차에 주로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iX1, iX3에만 중국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굳이 배터리 정보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가운데)와 김세배 폴스타코리아 홍보팀장(오른쪽)이 13일 서울 용산구 소재 폴스타 서울에서 열린 ‘폴스타4’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전기차 전문 업체 폴스타는 신차 폴스타4의 국내 출시가 예정된 시점에 전기차 포비아가 발생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13일 폴스타4 출시행사를 진행한 폴스타코리아는 자사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폴스타코리아는 기존 폴스타2가 전세계에서 16만대가 판매되는 동안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폴스타2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배터리가 병행 탑재된다. 폴스타4는 CATL로부터 배터리를 전량 공급받는다. 그동안 CATL 배터리를 탑재한 폴스타2 차량에서도 화재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폴스타4 역시 안전하다는 논리다.


강철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배터리 팩을 감쌌고, 외부에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고전압 시스템을 차단하는 기능을 통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는 등 시스템적 안전성도 강조했다.


정작 화재 사태의 당사자인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본사 방침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13일 정부에서 ‘전기차 안전관리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모든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한 이후에야 대응에 나섰다.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공급사에 대한 정보 공개와 함께 14일부터 자사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벤츠 전기차에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됐고, 청라 화재 사고 차량에 탑재된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도 다수라는 점에서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 권고에 따라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속속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13일에는 볼보가, 14일에는 폭스바겐·아우디와 스텔란티스(지프·푸조)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단순히 배터리 제조사 정보만 공개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화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자를 만드는 회사들은 배터리 상태진단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배터리 온도상태나 열화정보, 배터리 이력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충전업체와 공유한다면 화재를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를테면 배터리 열화가 심하거나 열폭주 징후가 발생되면 충전 단말기에서 정보코드를 받아 충전을 차단하는 방식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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