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플랫폼에 투자 나설 곳 '희박'
P-플랜도 자금 확보 필수…파산에 무게추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가 법원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으나 피해 소비자·판매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장 중요한 미정산 해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 ‘알맹이 빠진 자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티메프에 거액을 투자할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첫 회생절차 협의회가 진행됐다.
앞서 티메프는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승인해 내달 2일까지 회생 절차를 멈추고 시간을 주기로 한 상태다.
ARS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회사가 최대 3개월 동안 채권자들과 자금조달 및 변제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그대로 종료될 수 있다.
티메프가 회생법원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는 구조조정 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투자를 받고 이 자금으로 상당수 채권자에게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 3년 안으로 재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판매자들에게 정산하지 못한 금액 변제안에 대해서는 소액 채권자 채무의 일정금액을 우선적으로 변제해 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 등 총 10만명의 채권 상환을 완료하겠다고 제시했다.
채권 금액대가 큰 미정산 판매자의 경우 분할 변제하거나 일정비율을 먼저 변제하고 나머지는 출자 전환(채권자가 기업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주식을 받는 방법) 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기관과 같은 특수관계자 채권단에 대해서는 전액을 출자 전환한 뒤 무상감자하겠다고 했다. 특수관계자 채권액은 티몬이 지난 6월 말 기준 약 2000억원, 위메프 300~4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자구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밝힌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각각 1000억원 정도다.
업계 안팎에서는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데다 이익 실현 및 투자금 회수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조정 펀드와 사모펀드가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투자자 확보에 실패하면 ARS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법원이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티메프가 사전계획안 회생절차(P-플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P-플랜은 채무와 채권자가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한 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신규 투자 또는 지분·자산 매각을 통한 채무 변제의 가능성이 존재할 때 가동된다.
티메프의 경우 ARS 과정에서 마련한 사전계획안이 회생계획안이 되고, 채권자 2분의 1이 동의하면 시행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자금 확보가 필수다.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며, 사실상 두 회사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번째 회생절차 협의회는 오는 30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투자 유치인데 현재 상황으로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달 30일 열릴 협의회에서 투자자 유치 등 현실적인 자구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