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답게 큰 키와 선 굵은 얼굴,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신승호는 단단한 외형을 갖고 있는 신승호. 그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황장수가 타고난 걸 적극 활용해 캐릭터를 극대화했다면, '파일럿'의 서현석은 타고난 피지컬이 무색해 보일 정도로 얄밉고 지질한 연기를 보여줬다.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한 신승호는 '열여덟의 순간', '좋아하면 울리는', '계약우정'을 통해 청춘의 한 가운데 서 있었고, 'D.P에서는 모두의 공분을 사는 악인의 모습을, '환혼'에서는인간적인 세자의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번에 신승호가 연기한 '파일럿'의 서현석은 한정우(조정석 분)의 후배이자 한정미(조정석 분)의 파일럿 동료다.
이번 작품에서 신승호가 연기한 서현석은 지질하고 얄밉지만, 동시에 친근하고 익숙한 인물이다. 서현석이라는 캐릭터는 흔히 우리가 직장에서 마주하는 얄미운 동료일 수도 있지만, 신승호의 연기를 통해 관객은 이 인물에게서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얄밉고 때로는 지질하게 느껴지는 서현석이지만, 신승호는 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마냥 미워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D.P', '열여덟의 순간', '약한영웅', '환혼'에 이어 '파일럿'은 장르의 톤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쳐 보이는 신승호의 진가가 한 번 더 발휘된 순간이다.
이처럼 신승호는 한결같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장르와 캐릭터의 한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의 연기는 꾸준히 성장했고 그와 함께 관객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의 외적인 모습은 대중에게 '강인함'을 연상시키지만, 신승호의 연기력은 이와 상반된 '섬세함'과 내면의 갈등을 담아내며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하는 데 능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이렇듯 신승호는 작품마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며 도전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청춘 드라마부터 판타지, 스릴러, 그리고 직장 드라마까지, 그가 선택하는 작품과 캐릭터는 결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는 단순히 외모나 스타성에 의존하는 배우가 아닌, 연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승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탐구하며 대중에게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외형적 강인함 속에 숨겨진 유연함, 그리고 감정의 섬세함까지 갖춘 신승호다. 앞으로의 작품 속에서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장식할 신승호의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