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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6000m 바닷속 누빌 때 우리는…‘유인 잠수정’이 곧 경쟁력[해양 R&D④]


입력 2024.08.24 07:00 수정 2024.08.24 11:2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해양 강대국 심해 유인 잠수정 개발 경쟁

6000m 이상 유인 탐사 5개국만 성공

한국, 2016년 경제성 이유로 ‘예타’ 탈락

유인 잠수정 없이 해양 강대국 불가능

중국 유인 심해 잠수정 '자오룽호'가 2017년 6월 11일 팔라우 인근 태평양 상의 상양훙 09호에서 야프 해구 탐사를 위해 바다 속으로 내려지고 있다. ⓒ뉴시스

해양 탐사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력과 장비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얼마나 좋은 조사선과 조사 장비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다. 장비 성능이 곧 심해 탐사 기술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박은 망망대해 거친 파도를 견딜 만큼의 규모와 항해 성능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해저 6000m 아래서 채집과 채굴을 할 수 있는 잠수정은 필수다. 채집한 자원들을 분석하는 첨단 광학장비 또한 해양 탐사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한다.


장비가 곧 경쟁력이다 보니 해저 탐사 강대국들은 당시 기술력을 총동원해 장비를 만든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유인 잠수정이다.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인 미국은 탐사용 잠수정 개발을 선도했다. 미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 심해 유인 잠수정 ‘앨빈’호는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4년 1명의 조종사와 2명의 과학자가 탑승해 최장 10시간 동안 바닷속 4500m 수심을 누볐다. 엘빈호는 이후 40년 동안 4000회 이상 잠항하면서 연구를 이어갔다.


2013년에는 앨빈호를 개조해 6500m 심해를 탐사하기도 했다. 앨빈호 과학자들은 1977년 갈라파고스 인근 해저산맥에서 350도가 넘는 뜨거운 물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열수분출공’을 최초로 발견했다. 열수분출공은 구리와 철, 아연, 망간, 니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쌓여 ‘광상(鑛床)’이 만들어진 곳이다.


프랑스는 1982년부터 1984년까지 국립해양개발연구소가 3인승 규모 ‘노틸’호를 제작했다. 노틸호는 최대 수심 6000m에서 8~10시간까지 잠항이 가능하다. 8m 길이에 스틸컷 카메라, 컬러 비디오카메라 2대, 투광 조명 등을 달았다. 특히 원격 조작이 가능한 두 개의 로봇 팔이 특징이다.


노틸호는 해양 탐사 외에도 ‘타이타닉’호와 ‘프레스티지’호의 잔해 조사, 에어프랑스 447 블랙박스 수색 작전에 활용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1987년 시르쇼프 해양연구소에서 최대 6000m까지 잠항하는 '미르'를 세상에 선보였다. 길이 7.8m 폭 3.6m, 높이 3.0m의 미르호는 3명이 탑승 정원이다.


미르1호는 6170m의 잠항 기록이 있다. 미르 2호는 6120m까지 내려갔다. 미르호는 지난 2007년 8월 북극 해저 4000m 탐사 성공으로 해양 탐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일본 심해 유인 잠수정 '신카이 6500'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일본은 ‘신카이 6500’호가 대표적이다. 1989년 개발한 신카이 6500은 개발 당시 6500m 해저 탐사에 성공해 세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신카이의 기록은 중국이 2012년 선보인 ‘자오룽’호가 깼다. 자오룽호는 2012년 6월 28일 수심 7062m를 잠수해 세계 최대 수심 잠수 기록을 경신했다. 자오룽호는 현재까지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과 해양 에너지 개발, 환경 조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전무한 ‘유인’ 잠수정
개발 경쟁 치열한 강대국들


해양 탐사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6500m급 잠수정을 보유하면 세계 심해의 99%를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세계 각국이 잠수정 개발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다.


심해 탐사 강국들은 특히 유인 잠수정 개발에 열을 올린다. 유인 잠수정은 연구진이 직접 현장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직접 분석 판단하고,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시료 채취 등에 있어서도 가장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인 잠수정 개발과 별개로 유인 잠수정에 관한 연구에 투자를 계속한다. 안전성 문제만 극복한다면 유인 잠수정은 무인 잠수정보다 한 수 위다.


현재 6000m 이상 깊이로 잠항할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5개국이 전부다.


세계 주요국들이 수심 6000m를 드나드는 동안 한국은 아직 유인 잠수정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경제력과 기술 수준을 생각한다면 유인 잠수정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 2016년 1월 해양수산부는 6500m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2년까지 139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시 해수부는 “우리나라가 태평양, 인도양 등에 확보한 심해저 광구 자원 개발, 영토분쟁 대응, 해양플랜트 등 심해 해양공학기술 확보 등을 위해 심해 유인 잠수정 개발이 시급하다”며 “심해 유인 잠수정 개발로 해양 경제영토 확보는 물론 해양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87년 국내 최초 개발한 유인잠수정 '해양250호'. 해양250호는 해저 수심 250m까지 잠항 가능하다. ⓒ국립해양박물관

결과적으로 해당 계획은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경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재정 당국에서는 심해 탐사의 잠재적 경제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해수부는 10년 넘게 유인 잠수정 개발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8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심해 잠수정으로 2016년 개발한 6000m급 무인 잠수정 ‘해미래’ 뿐이다. 유인 잠수정 강국인 된 중국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인 잠수정이 갖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무인 잠수정이 영상으로 보내주는 화면을 보는 것과, 연구진이 직접 해저 바닥을 맨눈으로 확인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것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장인성 KIOST 해양신산업연구본부장은 “많은 해양학자가 모니터 영상으로 연구하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시료를 채취해 결과물을 얻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며 “과학은 인간의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김동성 KIOST 책임연구원(박사) 또한 “세계 여러 국가가 수심 6000m 이상 유인 잠수정을 여러 대씩 만드는 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 것을 빌려 쓰다 보니 잠수정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못 하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이 잠수정을 가지고 심해를 연구하는 동안 우리는 이들이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는지도 모른채 있으니 심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 32년…대양(大洋) 못 누비는 ‘온누리호’ [해양 R&D⑤]에서 계속됩니다.


심해 이미지. ⓒ게티이미지 뱅크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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