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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교가 바꾸기와 민주당 후쿠시마 말 바꾸기


입력 2024.08.26 07:07 수정 2024.08.26 10:01        데스크 (desk@dailian.co.kr)

교가 토씨 몇 개 개사(改辭)해 주고 우승했으니 다 이긴 것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 문제 안 돼 아쉽나?

방류 오염수 3~6개월 내 우리 바다 덮친다더니….

이젠 4~10년 걸린다고 말 바꾸며 아직 모른다고 악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甲子園) 대회 우승을 항일(抗日), 극일(克日)로 환호하는 건 사실 견강부회(牽強附會)다.


야구로 유명한 한국계 뿌리(거류민단이 최초 설립) 학교에 들어간 일본인 야구부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전교 학생이 15배나 많은 상대 팀을 꺾고 꿈의 무대 정상에 오른 것이다.


마침 광복회장 이종찬의 돌발 행동과 민주당의 호응으로 친일 광풍이 또 한 번 지나간 뒤라 한국계 학생들이 일본 놈들을 혼내주기라도 한 것처럼 오해의 환희가 물결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는 2000년대 들어 한국 학생들이 줄고 재정난을 겪으면서 일본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고 보조금도 한국 정부의 1.5배를 받게 됐다.


교토국제고 학생 수는 총 137명인 미니 학교다. 이 가운데 일본인이 116명으로 70%, 나머지가 한국계다. 남학생 68명 중 61명이 야구부…. 야구 특목고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 61명 야구부원 중 한국계는 불과 3명이며 이번 고시엔 출전 엔트리 18명 전원이 일본인이다.


사실상 일본 학생들이 다니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과외로 배우는 정도의 특수 고교로 바뀐 것이다. 그런 학교가 일본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고, 학부모와 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돈, 즉 학교 운영 자금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 교가도 학생들에게 부르도록 강요하지도 않을뿐더러(못 부르는 학생, 야구부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부터 바꾸려고 했다고 한다. 고시엔 대회는 NHK가 전 경기를 중계하며 이긴 학교 교가를 선수들이 부를 때 가사를 자막으로 올려 주므로 교가 변경의 적기(適期)로 봤다.


우여곡절 끝에 교가는 한국어 그대로 살아남았고, 교가 제창과 방송이 한국 언론에 감동의 순간으로 보도됐으니 바꿨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러나 바뀐 게 조금은 있었다. 1절의 민감한 단어들을 슬쩍 고쳐 놓은 것이다.


동쪽의(東の, 원래 가사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일(원래 가사는 한국)의 학원


한국 언론 매체들은 개사(改辭)를 무시하고 원래 가사 단어들로 표기했다. 반일주의자들은 NHK가 멋대로 가사를 바꿨다고 핏대를 올렸다.


친 민주당 매체들은 고시엔 폐막 후 일본 내 일부 혐한(嫌韓) 배설 댓글들을 과장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어 교가를 공영 방송이 내보내고 그것을 가만히 듣는 일본 시청자들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일본계 학교가 일본어로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KBS에서 방송되는 걸 상상해 보았는가?


가사는 학교에서 고쳤다. 교가 자체를(일본어판으로?) 새로 제정하려 했고, 아마도 조만간 또 시도할 사람들이 현재의 한국계 학교 운영자들이다. 학교 사정도 있고, 지역 사회 여론도 반영하며 시대 변화에 맞추는 제스처로 봐야 할 것이다.


단어와 토씨 몇 개 바꿔 주고 그들의 기분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보조금도 타내고, 일본 제1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했으니 된 것 아닌가? 교토국제고는 다 이긴 거다. 이런 걸 극일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극일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의 민주당이 보이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태도는 순전히 국내 정치용으로 반일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 옹졸하고 시대착오적이다. 과학은 철저히 외면하고 유치한 선동질로 일관했던 1년 전 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실이 방류 1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으니 야당은 선동과 불안 조성, 혈세 낭비 행위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년간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 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 기준 벗어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야당의 황당한 괴담 선동 아니었으면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 6000억원이 이 과정에 투입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일 수 있었던 혈세다.” (대통령실 대변인 정혜전)

이러자 민주당 김민석(이재명의 코로나 와병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재)은 시간을 5년 이상 버는 기막힌 말 바꾸기 농간을 부렸다. 후쿠시마 방류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도착하려면 4~5년에서 최대 1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아직은 안전할지 모르지만, 나중은 모른다’라는 억지 주장을 하기 위해 그들의 대표 이재명식으로 말을 순식간에 바꿔치기해 버렸다. 민주당은 1년 전엔 뭐라고 했었는가?


“방류 오염수가 빠르면 3개월, 늦어도 5~6개월 뒤 우리 바다를 덮친다”라고 했고, “후쿠시마 서식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 온다”라고 했다. 또 해류가 북태평양을 따라 북미로 갔다가 돌아오려면 보통 5~6년, 최대 10년 걸리며 그사이 희석이 돼 사실상 방사능 함유량이 0이 된다고 하니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 좁은 틈을 통해 직각으로 동해로 바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기상천외한 학설을 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핵 폐수’ ‘세슘 우럭’ 같은 공포 분위기 조성 조어들을 쓰고 싶어 죽겠는데 쓰지 못해 못내 아쉽다. 1년 동안 방사능 안전 기준 초과량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를 반박하기 위해 작년엔 무시했던 해류 흐름 경과 기간을 이젠 자기들이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보인다.


과학적 논리와 설명으로 안 되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일본 정부 대변인이냐?”라고 친일 프레임을 들고나온다. 뻔한 수작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진보좌파 반일 감수성을 동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혹시 우리나라 바다가 일본 방사능에 오염되기를 학수고대하는 게 아닌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교토국제고의 교가 개사 관용, 시대와의 타협 정신을 생각해 봐야 한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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