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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혹한기? EV 충전 시장은 "오히려 좋아"


입력 2024.08.27 06:00 수정 2024.08.27 11:01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당장은 불황, 다만 인프라 구축 시간 버는 호재 작용도

기회 노리는 LG전자 BS사업본부, 지난 2분기는 적자

시장 둔화 및 초기 투자비용 많이 들어간 탓으로 읽혀

대기업 진출 多, 진입 장벽 낮지만 높은 수익성 기대

올해 1월 12일(현지시간) LG전자가 LA 금융 및 관광 지구인 벙커힐 지역에 위치한 LG전자 BIC 센터를 국내 미디어에 최초 공개했다. 관계자들이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를 선보이고 있다.ⓒ임채현 기자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세가 한풀 꺾이며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른바 캐즘Chasm·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접어들어 당장의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향후에는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온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간을 벌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북미 1위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사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차지포인트에 충전기를 공급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차지포인트는 북미 일대, 유럽 16개국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다.


앞서 올 1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전기차 충전기 제조 공장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텍사스 공장은 LG전자가 해외에 세운 최초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 시설로, 연면적 약 5500㎡(제곱미터) 규모로 연간 약 1만 대 이상의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LG전자는 텍사스 공장에서 11kW 완속 충전기를 시작으로 연내 175kW 급속 충전기, 350kW 초급속 충전기 등을 추가로 생산한다. 11kW 완속충전기는 벽에 부착하거나 세우는 등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도 탑재됐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부(DOE)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는 약 14만 개다. 현재 미국 내 판매된 전기차 대비 충전기 보급 비율은 약 18:1 정도로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수준인 10:1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이는 시장의 60% 점유율을 가진 '테슬라'라는 강적이 있음에도, LG전자가 북미 전기차 충전기 사업과 관련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2021년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를 제정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총 50만 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어 지난해에는 2032년까지 생산되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을 67%까지 전환하도록 발표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회사 실적은 원활한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의 BS사업본부 실적은 최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매출 1조 4644억 원, 영업손실 59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의 경우 매출 1조 5755억원, 영업익 128억원이다. BS사업본부는 지난해 3, 4분기 역시 각각 205억원, 8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시장 개화가 더딘 상황임과 동시에 초기 투자비용 등이 많이 들어간 탓으로 읽힌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핵심기술을 보유한 애플망고를 인수한 후 사명을 하이비차저로 변경, 이듬해인 지난해 5월 평택 사업장에서 처음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업황의 둔화도 실적 하향의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올해 1641만2000대로 16.6% 성장률이 전망된다. 이는 전년 성장률(33.5%) 절반 가량이다. 다만 그럼에도 전반적인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2030년 3250억 달러(한화 약 427조원)에 상당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덕분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550억 달러(한화 약 72조원)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장기적 관점에서의 시장 성장이 큰 만큼, 최근 대기업들은 속속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유플러스를 제외하고도 SK시그넷·SK일렉링크, 현대차, GS커넥트 등이 주요 참전 기업이다. LS그룹의 전기차 충전소 자회사 LS이링크 역시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크게 충전기 생산 업체와 충전사업자(CPO)로 나뉘는 전기차 충전 산업에서 '충전기 판매 사업자'로 먼저 시장에 진입, 이후 '충전 솔루션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 중립이 전세계적인 추세라, 당장은 캐즘 현상이라해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전기차 시대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의 정체는 전기차 시장 개화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인프라 사업 구축 시간을 벌어주는 타임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미래 성장이 큰 만큼 단점도 있다. 진입 장벽이 낮기에 많은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팔려야 시장이 커지지 않겠나. 아직은 시장 초기 단계라 전기차 판매 대수가 늘고 실제 충전기 가동률이 올라가야 수익이 나올 것이고 그때까지는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LG전자의 구체적인 목표치는 7년 내 조 단위 사업으로 이를 키우는 것이다. 제품 라인업 구축은 물론 지역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21일 '인베스터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차세대 유니콘 시드 사업으로 꼽았다.이 같은 플랫폼 기반 서비스와 B2B, 신사업 등 영역에서 2030년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7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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