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과 같은 베스트셀러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관객들과 만난다.
2015년 출간돼 시대적 이슈를 순발력 있고 날카롭게 포착해 화두를 던진 '한국이 싫어서', 제36회 신동엽문학상 수상한 '딸에 대하여',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로 오른 '대도시의 사랑법' 등 이 작품들은 이미 문학적으로 큰 인정을 받은 만큼, 영화화된 버전에서도 그 깊이와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원작이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와 청년들의 감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영화적 장르의 특성을 살린 각색과 영상미로 생생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원작 소설이 청년들의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면, 영화는 그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분)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 분)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 분),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엄마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민애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 등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 받았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김고은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미씽: 사라진 여자들', '탐정: 리턴즈'의 이언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공식 초청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원작 소설이 10만 부 이상 팔리며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을 확보한 만큼, 상업 영화로 매체의 특성을 살린 감수성을 이언희 감독과 김고은이 어떻게 표현해 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원작자 박상영 작가는 "영화는 재희와 흥수의 관계성과 성장의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소설이 긴 시간을 압축하다 보니 잘려 나간 일상의 단면들이 많은데 영화는 그 일상을 충실하게 복원해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학작품의 영화화는 단순히 이야기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원작 소설이 지닌 깊이 있는 주제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구현,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언제나 베스트셀러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문학작품이 영상으로 옮겨질 때, 그 작품이 가진 정서와 메시지의 표현 방식이나 깊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쉽다.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영화화는 문학적 감수성과 대중적 흥행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려는 한국 영화계의 시도를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문학과 영화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그리고 대중과 평단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관심은 베스트셀러 소설이 영화화 될 때마다 떠오르는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