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 연속 16조원대…투자자예탁금 동반 하락
국장 부진에 투자 열기↓…‘트럼프 포비아’ 변동성↑
투자자 이탈 지속 전망…“4Q 저조한 실적 등 영향”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이 포착되고 있다. 연말까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적지 않게 대기 중인 만큼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6922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틀 전인 18일(16조9469억원)에 지난 9월 19일(16조9927억원) 이후 2개월 만에 16조원대로 내려온 후 3거래일 연속 16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까지 갚지 않고 남은 자금을 의미한다. 빚투 성격의 자금으로 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인 만큼 증시 투자 열기 하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초 17조원 대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에는 20조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8월부터 이달 중순까지도 등락 속에서도 9월 19일 하루를 빼면 17조~19조원대를 유지했으나 최근 우하향 그래프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16조원대로 진입한 뒤 20일까지 3거래일 연속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시들해진 국내 증시 투자 열기는 투자자예탁금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49조8128억원으로 파악됐다. 올 2월 이후 50조원대를 꾸준히 상회하며 지난 4월에는 59조원 규모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50조원을 사이에 두고 등락하는 등 자금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투자자예탁금이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등에 맡기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이 짙어 증시 열기의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투자자예탁금 감소는 식어버린 국내 증시 투자 열기를 반영한다.
이같은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의 부진이 꼽힌다.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미국 등 해외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다 이달 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변동성 확대 속에서 완연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1월 2일~11월 21일) 7.09%(2669.81→2480.63), 코스닥지수는 무려 22.56%(878.93→680.67) 하락했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으로 ‘트럼프 포비아’ 현상이 짙어진 이달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43%(2542.36→2480.63), 6.64%(729.05→680.67)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남은 연말까지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와 투자자예탁금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공식 취임하고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주의 동반 약세가 지속되는 점과 통상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저조한 점 등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부진으로 증시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증가한 모양새”라며 “호재로 작용할 요인들 대비 증시 불확실성을 키울 요인들만 투자자들에게 와닿고 있어 연말까지 저조한 투자 양상이 포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